유통업계가 이태원 클럽발(發) 코로나19 재확산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조금씩 되살아나던 소비심리가 다시 침체될 것이라는 우려다. 당장 확진자 방문에 따른 연쇄 휴점도 다시 촉발될 양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과 현대백화점 충청점·중동점은 매장 직원이 확진자 판정을 받으면서 지난 9일과 10일 임시 휴점했다. 세 곳 모두 이태원 클럽을 다녀왔거나 다녀온 사람과 밀접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 작업 후 다시 문을 열었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면서 다중이용시설인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이날 오전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는 전국 75명에 달한다. 신규 확진자도 35명 늘었다.
앞서 유통업체는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확진자 동선에 따라 100여개에 달하는 유통 매장이 줄줄이 문을 닫았고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직접적 피해 규모만 수천억 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 현대백화점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대비 80.2% 급감했다.
그러다 확진세가 잦아들고 보복소비 심리가 커지면서 지난달 중순부터 소비가 조금씩 회복세를 보였다. 내수경제가 바닥은 지났다는 낙관론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특히 엿새간 이어진 황금연휴 기간 백화점들이 매출 반등에 성공하면서 기대감이 커졌지만, 이번 사태로 물거품 될 위기에 놓였다.
앞서 전문가들은 유통산업의 경우 국내 확진자 수 감소세가 지속될 경우 2분기 이후 점진적 실적 회복이 가능하다고 내다봤지만 코로나19의 재유행 등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지면서 낙관하기 힘든 처지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생활 속 거리두기 전환과 내수소비 회복세로 업황에 파란불이 켜지나 했지만 다시 확진자가 발생해 안타깝다”면서 “자칫 되살아난 소비불씨가 다시 사그라드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고객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한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자칫 하반기에도 코로나19 확산에 타격을 입을 경우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이날 성수점 본점을 시작으로 전국 158개점, 10만여대 쇼핑카트 손잡이에 '항균 필름'을 부착하기로 했다. 또 지난달 대구·경북 지역에 시범 도입했던 '고객안심가드'를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155개점으로 확대했다.
이해주 이마트 판매본부장은 “고객과 직원을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원칙하에 안전하고 위생적인 쇼핑 공간 조성을 위해 다양한 생활방역을 위한 장치를 도입하게 됐다”면서, “고객의 안전을 위한 재원은 비용이 아닌 투자라는 관점에서 최우선적으로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코로나 재확산 조짐에 회복세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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