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4년 만에 세 번째 반감기에 접어든다. 앞서 2012년 11월 28일, 2016년 7월 9일에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2일 새벽 4시경 반감기가 시작될 전망이다. 그간 반감기는 암호화폐 업계엔 호재였다. 세 번째 반감기를 목전에 둔 비트코인은 두 달 사이 가격이 두 배 뛰었다. 올 들어 비트코인에서 파생한 비트코인에스브이, 비트코인캐시도 지난달 초 반감기에 접어들었다.
◇비트코인, 3월 600만원→5월 1100만원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시세는 11일 아침 기준 1072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3월 중순만 하더라도 비트코인은 600만원대에 거래됐다. 3월 12일 종가는 636만원이었다. 지난 7일 기준 종가는 1200만원에 육박했다. 7일을 기점으로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암호화폐 업계는 불과 두 달 사이 대장주격인 비트코인이 두 배 상승하는 롤러코스터를 경험했다. 현 수준은 지난 2월 비트코인 호조세와 비슷하다.
비트코인 반등 요인은 두 가지로 해석된다. 암호화폐 신규 공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 코로나19로 마비됐던 세계 경제가 차츰 재개된 결과가 작용했다.
올해 2월만 해도 암호화폐 시장은 주식 시장과는 정반대 움직임을 보였다. 세계 주식 시장이 폭락하는 상황에서 비트코인은 1만달러를 돌파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암호화폐를 안전자산에 비유하기도 했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상승세를 탔기 때문이다.
축제는 길지 않았다. 2월 중순 고점을 지난 후 2월 말부터 하락세로 전환했다. 3월 12일에는 하루 만에 비트코인 시세가 30% 이상 추락했다. 전일 종가는 951만원이었지만 이날 종가는 636만원이었다. 그러나 이윽고 회복세로 접어들었다. 지난달 29일 다시 1000만원선에 복귀했다.
주식 시장 역시 비트코인처럼 시장이 예상 밖으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일부 종목은 코로나19 전보다 더 높은 주가를 형성했다.
◇비트코인 역대 반감기, 장기적으로 '호재'
이번 반감기는 비트코인이 출범한 후 세 번째다. 앞서 두 반감기는 비트코인 가치를 제고하는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비트코인 가치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
두 번째 반감기인 2016년 7월엔 600달러대를 머물던 비트코인이 1년 만에 2500달러까지 올라갔다. 1년 사이 네 배가 뛴 것이다. 2012년 첫 반감기에는 최저 2달러였던 비트코인이 시세가 폭등했다. 첫 반감기 후 2년이 되지 않아 상승률이 1만%를 넘겼다. 100배 넘게 뛴 것이다.
현재 세 번째 반감기도 시장이 기대할만한 결과물을 만들었다. 밑바닥을 웃돌던 비트코인 시세를 다시 끌어올린 것이 첫 번째 성과다. 관건은 반감기 후 상승폭이다. 이전 반감기처럼 극적인 반등을 이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전 사례에선 장기적으로 시장에 호재였던 것은 사실이다.
올해엔 비트코인 계열 암호화폐 반감기 이슈가 몰렸다. 비트코인보다 한 달 앞서 비트코인캐시, 비트코인에스브이가 반감기에 돌입했다. 두 암호화폐 반감기 이후 추이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찾아볼 수 있다. 반감기 효과가 지난 3월 하락장을 만회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게 공통점으로 발견된다.
현재 비트코인에스브이는 22만8000원에, 비트코인캐시는 28만8100원에 거래 중이다. 시세는 반감기 직전 수준이다. 두 화폐 모두 반감기 직전까진 유의미한 상승세가 있었다. 반감기 기대감 효과로 볼 수 있다. 세계적 경제 재개 흐름, 같은 시기 비트코인 상승폭을 고려하면 두 화폐 반감기 직후 흐름은 특징을 찾아보기 어렵다.
반감기를 앞두고 비트코인 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가상자산 공시 플랫폼 쟁글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달 29일 12.7% 상승 후 높은 변동성에 따른 기술 지표를 공시했다. 투자보조지표인 상대강도지수(RSI)와 자금흐름지수(MFI)가 과매수 구간에 진입했다는 공시도 같은 날 발간됐다. 비트코인의 지난달 구글트렌드지수는 72.4% 급증했다.
업비트의 시장 지표 중 하나인 UBMI 10은 1414선을 기록하고 있다. UBMI 10은 업비트 상위 10개 화폐 거래 상황을 계량화한 것이다. 3월 12일 UBMI 10은 863이었다.
비트코인 반감기 직후 시장에서 극적 변화가 일어날 지는 미지수다. 신규 공급 비트코인이 줄어드는 조치인 만큼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효과가 기대된다. 투자자 입장에선 장기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감기 기대감은 반감기 직전까지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 과거 상승 전력이 미래 상승세를 보장하진 않는다”면서도 “장기 관점에서 암호화폐 통용가치, 가능성에 투자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반감기란?
반감기는 신규 암호화폐 생성 비율이 줄어드는 시점이다. 채굴자에 제공되는 블록 보상이 절반으로 줄인다. 이를 통해 시장에 새로 유입되는 블록체인 양을 조절한다. 반감기는 화폐 공급을 막아 화폐 가치를 높이는 인플레이션 작업이기도 하다. 비트코인 경제 시스템을 지탱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채굴에 대한 블록 보상은 현재 12.5비트코인(BTC)이지만 12일 반감기 후 6.25BTC로 줄어든다. 초창기 블록 보상은 50BTC였다. 2012년 25BTC로 줄어들었고 2016년 반감기에 12.5BTC가 됐다. 현재 블록 보상 수준이 4년간 이어진 것이다.
비트코인 반감기는 32회까지 예정했다. 이후에는 반감기가 일어나지 않고 신규 비트코인도 생성되지 않는다. 반감기가 완전히 종료되는 시점에는 시장에 최대 2100만BTC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