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도 돕기 위해 아동 1인당 40만원의 '아동돌봄쿠폰'과 '아동행복카드'가 발행됐다. 최악의 불경기가 낮아진 출생률에 더욱더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을 한다면 육아 지원 시급성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이름은 아이행복카드라면서 소상공인을 돕자는 것과 무슨 연결고리가 있는지 의아하다. 미국이나 해외에서도 육아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복지 서비스는 있지만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취지가 우선되는 육아 지원 프로그램은 들어 본 바가 없다. 비상시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아동돌봄쿠폰은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정책이다. 좋은 정책이란 뚜렷한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에 직접 영향력을 미치는 수단이 돼야 한다. 지역소상공인 지원과 육아 지원은 전혀 다른 정책 목표이며, 따라서 수단도 달라야 한다.
지역 소상공인에게는 세금 감면, 임대료 지원, 고용 지원 등이 같은 규모의 돈이라면 더욱 효과 높은 지원책일 것이다. 이들의 비즈니스를 위한 지원과 시민으로서 그들의 최저 수준 생활을 보호하는 지원책은 명확히 구분, 다른 방식으로 구성돼야 한다.
또 정책 수혜자를 지역소상공인으로 한정하고 있지만 과연 지역소상공인은 누구인가. 소상공인 업종을 운영하는 곳이라면 노래방이나 PC방 주인은 왜 제외 대상인가. 글로벌 브랜드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 주인도 지역 소상공인가.
이 모든 질문은 대상, 목표, 수단이 명확하지 못한 데서 발생하는 의문이다. 정책 효과를 떠나 우려되는 문제는 수혜자 선별과 범위 결정에 들어가는 막대한 시간 및 인력이다. 모호한 범위는 지역 사회 분열을 초래하고, 그 결과 화합보다는 사업자 간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지역소비자는 어떤가. 소비자인 만큼 쇼핑의 효율성에 관심을 기울인다. 새우깡을 구매하는데 대형마트에서는 쿠폰 사용이 불가하니 대형마트를 들르고 지역 전통시장이나 동네 가게도 방문해야 한다. 본사 주소지가 해당 지역이 아니면 또한 제한을 받기 때문에 사전에 사업자 등록증을 확인하지 않고 무심코 점포에 들렀다가는 발길을 돌려야 하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소비자로서 돌봄이가 원하는 방식에 맞춘 정책이 돼야지 제한 사항을 두는 불편을 초래해서는 곤란하다. 일상품 구매를 특정 유통망에서만 가능하도록 한 처사는 용인되면 안 된다. 정부 지원은 모두 시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이다. 그 세금은 개인이 자신의 계산대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다.
그런데 무슨 근거로 정부가 시민들이 자신의 돈을 특정 유형의 매장에만 쓰도록 강제할 수 있는가. 백화점같이 '사치품' 판매 장소도 아닌, 중산층이면 누구나 방문하는 대형마트를 제외하는 것은 소비자로서 아동돌봄이의 사정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불필요하게 개인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처사다.
대형마트는 안 되고 하나로마트에서는 쓸 수 있는 이유가 우리 농산물을 취급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반 대형마트의 국내 농산물 취급 물량이 하나로마트보다 적다는 통계는 없다. 또 온라인 구매는 지역에서 구할 수 없는 물건을 구입하는 경로인 만큼 왜 애써 쿠폰 사용이 금지돼야 하는가.
대형마트 법인이나 직원도 세금을 납부하고, 지역 인력을 고용하며 수많은 지역 중소소상공인에게서 상품을 공급받고 있다. 가진 자의 자발 기여를 독려하는 가운데 처음부터 가진 자를 소외하는 정책을 전개한다면 과연 누가 정부를 믿고 따르겠는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장기전을 준비할 필요가 있는 만큼 중복 및 모호함의 낭비 요소는 제거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첫 번째 파도라면 이제 두 번째 파도가 들이닥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렇게 되면 시간도 없고, 돈이 떨어질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돈을 소진하는 데 골몰하기보다 효율 높게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 shahn@ssu.ac.kr
-
박준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