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연동형비례제로 인해 불거졌던 여야간 비례위성정당 갈등이 총선 이후 교섭단체 결성 여부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의 통합 작업에 속도를 냈다. 반면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통합 작업에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한국당은 총선 이후 통합 원칙은 세웠지만 교섭단체 지위를 획득하는데 단 한 석만 확보하면 되는 터라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 8일 전당원 투표를 통해 위성정당 통합을 결정한 민주당은 12일 3차 중앙위원회의를 열고 시민당과의 합당을 결의할 예정이다. 결의와 함께 수임기관으로 최고위원회를 지정하고 13일 시민당 최고위원들과 합당 수임기구 합동회의를 여는 등 이번주 까지 통합을 완료할 계획이다.
한국당은 아직 통합당과의 합당을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지금까지는 모당인 통합당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반응이었지만 통합당 내부에서도 합당 여부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당 안팎에서도 독자노선을 통해 교섭단체 지위를 가져가는 것이 유리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칙은 통합이지만 상황을 보며 시기를 조절하겠다는 분위기다. 한국당은 통합당과 상의해 시기를 정할 계획이다. 독자 교섭단체 구성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당은 민주당·시민당과 상황이 다르다. 현재 19석으로 한 석만 보강하면 바로 교섭단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당의 경우 총 17석이었지만 이 중 2석은 소수정당 몫이었던 만큼 교섭단체 확보가 어렵다. 때문에 한국당 안팍에서는 보수출신 무소속 후보 영입, 통합당 의원 파견, 국민의당과 합당 등의 방법이 계속 거론되고 있다.
총선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것도 영향으로 작용한다. 민주당과 시민당 통합 177석은 통합당과 한국당 통합 103석으로 저지할 수 없다. 여당 단독으로 과반 이상을 차지한 상황에서 통합해도 견제가 안되는 만큼 차라리 교섭단체를 더 확보해 상임위 구성 등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1석만 확보하면 교섭단체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점이 계속 변수로 남아있다”며 “원칙은 통합당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는 것이지만 별도 교섭단체를 구성해 목소리를 높이는 편이 좋지 않냐는 의견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교섭단체 움직임에 사전경고로 대처하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통합당도 새로운 원내대표를 선출했으니 꼼수 교섭단체 같은 부끄러운 일만 없다면 21대 국회의 정상적인 출범을 위해 함께 논의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