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휴먼 하이패스' 시대를 기다리며...

안창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의료정보연구실 책임연구원
안창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의료정보연구실 책임연구원

세상이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어 가끔 놀랄 때가 있다. '세상 좋아졌다'고들 말한다. 어릴 적 상상만 했던 기술들이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 현실에서 사용되고 있다. 신용카드는 '스마트 페이'라는 이름으로 스마트폰에 탑재돼 두툼했던 지갑을 대신하고 있다.

이제는 제4차 산업혁명을 만났다. 전문가들조차 미래세상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한다. 네트워크를 통해 세상 모든 매체가 연결되고 누구나 시간·장소 제한 없이 정보의 바다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초연결 미래 인공지능(AI) 시대다. 이런 시대에 개인 정보보안은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필자는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여러 플랫폼을 통해 네트워크에 실시간 연결되고 개인 정보를 전달·관리하기 위해, 개인 인증기술이 핵심 기술로 대두될 것이라 예상한다.

수십 년 전부터 범인을 식별하고 검거하는데 사용됐던 지문인식 기술이 스마트폰에 탑재돼 사용자를 인증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생체인식 기술이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든 지도 꽤 오래 되었다.

삼성전자는 2014년 스마트폰 갤럭시 S5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지문인식 기능을 탑재했다. 애플도 2015년 지문인식 솔루션 어센텍을 인수해 아이폰 5S 시리즈에 지문인식 센서(Touch ID)를 넣으면서 스마트폰 개인 정보보안에 관심이 모이기 시작했다.

지문, 안면, 홍채 인식과 같은 생체인식 기술은 최근 모바일 시대를 맞아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간단한 지문인식으로 통장을 개설하고, 계좌를 이체하고, 대출까지 가능한 시대가 됐다.

그러나 생체인식 기술은 개인마다 고유한 신체 정보를 이용하기 때문에 변경할 수 없다는 태생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유출 시 다른 인증수단보다 그 여파가 심각하다. 또 개인 신체 일부를 인증수단으로 사용하는 대부분 생체인식 기술들은 이미지 처리 기반 인식 기술로 쉽게 복제도 가능하다.

지난해 미국의 정보기술 전문매체인 더버지는 와인 잔에 찍힌 지문을 이용해 삼성 갤럭시 S10의 지문인식을 뚫었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홍채 인식도 정확한 이미지만 확보되면 해킹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복제 불가능한 생체인식 기술은 없을까? 필자가 속한 연구팀은 몸 속 생체조직을 통한 신호 전달특성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을 이용해 복제가 불가능한 새로운 생체인식 기술을 개발했다.

사람의 신체구조는 뼈·피부·근육·지방·혈관·혈액·체액 등으로 구성돼 개인마다 그 구조적 차별성 및 복잡성이 높다. 복제가 불가능하다. 손가락에 미세한 전기나 진동과 같은 신호가 입력되면 뼈, 근육, 혈관 등 인체 내부를 거쳐 신호가 바뀌게 된다. 이를 딥러닝 기술로 구별, 사람을 인증할 수 있다.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검증한 결과 생체인식 99% 이상 정확도를 달성했다. 이로써 개인을 식별하는 기술이 중요해지는 미래 사회 차세대 보안기술에 큰 변환점을 가져올 전망이다.

컴퓨터가 가정에 보급돼 사용된 지 30년이 돼간다. 극단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구는 앞으로 많은 변화를 우리에게 안겨줄 것이다. '휴먼 하이패스' 세상이 올 것이다. 이는 무선 신호 기반으로 생체조직의 특성을 파악해 개인을 식별하는 기술이다. 복제가 불가능하고 무구속, 무자각 생체인식이 가능해진다.

로그인 없이 인터넷 상거래와 인터넷 뱅킹을 하고, 신분증 확인 없이 건물 접근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물론, 대중교통도 사람이 버스나 지하철에 타게 되면 마치 하이패스처럼 요금이 자동으로 지불돼 신용카드나 지갑, 자동차 키도 없어질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의 새로운 개발은 사람을 보다 편리하고 보다 안전하며 기쁘게 만들어 준다.

안창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의료정보연구실 책임연구원 cgahn@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