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괴롭히는 페트병,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바꾼다

화학硏·이화여대, PET→PDC 전환기술 공동개발
분해 온도 낮추고 속도 높여…전환율 99% 달성

자연 상태에서 잘 썩지 않아 골칫거리였던 페트병 쓰레기를 생분해성 플라스틱 원료로 바꾸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미혜)은 플라스틱 음료수병의 대명사인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를 분해, 생분해성 플라스틱 원료 'PDC'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고 11일 밝혔다. 차현길·주정찬·김희택 화학연 박사팀, 박시재 이화여대 교수팀이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했다.

PDC는 100% 생분해돼 차세대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뿐 아니라 친환경 고성능 접착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물성 향상 첨가제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PET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 원료인 PDC를 만드는 과정.
PET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 원료인 PDC를 만드는 과정.

PDC는 환경오염 원인인 페트병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페트병은 썩는 데 50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재활용 연구에 매진해 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방법은 가공 중 품질 저하가 발생하는 한계가 있었다. PET를 파쇄·세척·건조한 후 열처리로 PET 섬유를 회수하는데, 가공 중 섬유 길이가 짧아지는 등 품질 저하가 일어났다.

화학연·이화여대 공동 연구진은 화학·생물 융복합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먼저 PET를 화학적 방법으로 테레프탈산과 에틸렌글리콜로 분해했다. 이후 생물학적 방법으로 테레프탈산을 단량체인 PDC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단량체는 작은 분자를 뜻한다. 이것이 수만 개 이상 모여 긴 사슬 형태로 이어진 고분자 물질이 플라스틱이다.

연구진은 지난해 12월 마이크로웨이브 반응기에서 물을 이용해 PET를 테레프탈산과 에틸렌글리콜로 화학적으로 분해하고, 여기서 얻은 테레프탈산을 미생물을 투입해 의약품 중간체, 플라스틱 단량체 등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화학연 연구진의 연구 모습
화학연 연구진의 연구 모습

연구진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한 반응 시, 친환경 촉매와 물을 이용해 분해 시작온도를 230도에서 170도로 낮췄다. 물만으로 분해했을 때보다 60도나 낮췄다. 분해속도도 2배 이상 앞당겼다. 그 결과 최종 수율은 97.06%에 달했다. 뒤이은 미생물 이용 PDC 전환 수율은 무려 99%에 달했다. 그만큼 경제성이 높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에서 PDC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지만, 전환율이 40% 미만으로 낮았다.

차현길 박사는 “기존 석유화학 기반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에 기여하는 신규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분해에만 머무르지 않고 잠재적 독성물질인 분해 산물을 친환경적인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전환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