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드라마의 침체기 속 독특한 콘셉트의 '횸스토어'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방송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그중 하나의 장르가 '웹드라마'가 아닐까 한다.
21세기에 들어 리얼 미디어 스트리밍 형식의 드라마가 제작되기 시작했고 2015년 무렵부터 본격적인 제작에 돌입하는 방송국이나 업체들이 생겨났다.
기존 드라마 제작에 비해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든다는 이유로 웹드라마 시장은 붐업되었으나 수익의 발생 역시도 크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외면을 받기 시작했고 솔직히 현재의 웹드라마 시장은 침체기에 접어든 상태라 할 수 있겠다.
이와 같은 웹드라마 시장에서 살아남아 방송을 제작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제작자 중 독특한 콘셉트의 드라마로 해외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안성곤 총괄감독과 연결이 되었다.
안성곤 총괄감독은 현재 '횸스토어'라는 글로벌 웹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는데 드라마의 기획 단계부터 시즌제를 도입할 것을 염두에 두고 촬영을 시작했다고 하여 관심이 생겼다.
글로벌 웹드라마 횸스토어는 2009년 아이돌 걸그룹으로 데뷔한 '티아라'의 '효민'을 본부장으로 하는 온라인 편집숍이라는 콘셉트의 웹드라마이다.
타이틀에 '효민'의 이름을 넣었다는 점에서 해당 웹드라마가 어떻게 시즌제로 제작될 것인지가 궁금해졌다. 열다섯 번째 에피소드까지 공개된 시점에서 영상의 조회 수만을 가지고 가늠해 볼 때, 그다지 성공적인 작품으로는 느껴지지 않았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 공유 플랫폼의 시대 '횸스토어'가 가지는 가능성
아주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드라마 콘텐츠로서의 횸스토어에는 고개를 갸우뚱했던 것이 사실이다. 전문 배우들을 기용한 것도 아니고 이야기의 구성이나 흐름도 기존에 보아왔던 정극 형태의 드라마들과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미진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방송국의 프로그램 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유튜브라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을 생각해 본다면 너무 틀에 박힌 고정관념으로 횸스토어를 바라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일반인의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시청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인 유튜브를 구글에서 인수한다고 했을 당시 다수의 전문가들은 해당 플랫폼이 백 퍼센트 실패할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방송국이 굳건하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고 전문 PD와 프로그램 제작 스태프들이 아닌 일반인이 만드는 영상에 대해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인지도와 인기를 가진 연예인의 출연과 일반 개인의 출연은 상대조차 되지 않을 것이 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세상에 나타난지 이제 겨우 15년이 지난 유튜브는 방송국을 능가하는 어마어마한 영상 플랫폼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에서 '방송'이라는 것이 시작된 지가 무려 70년에 가깝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유튜브는 무려 1/4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대중들을 사로잡았다고 할 수 있겠다.
유튜브라는 공간 안에서의 콘텐츠들이 극의 플롯이나 등장인물의 개연성 등이 완벽해야만 인기를 얻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떠올려 본다면 '횸스토어'와 같은 웹드라마 역시도 보이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어 폄하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다.
단점이라 여겨졌던 전문 배우가 아닌 각국의 인플루언서들을 기용한 점 역시 글로벌을 지향하는 웹드라마가 가져야 하는 상식적인 수준의 것이었고 PPL 수준이 아닌 대놓고 홍보하고자 하는 제품을 스토리에 녹여냈다는 점은 국내 시청자가 느낄 수 있는 거부감 보다 글로벌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우리나라 제품 소개로서의 역할이 컸다는 면에서 괄목할만한 대목이다.
◇ 웹툰의 변천사와 PPL에 대한 대중의 반응
글로벌 웹드라마 횸스토어를 보면서 떠오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웹툰 '가우스전자'였다. 2011년 6월 6일부터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한 가우스전자는 작년 10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가우스전자 시즌 1에서 작가 곽백수는 웹툰에 대해 '다국적 문어발 기업 가우스전자 마케팅 3부 이야기'라는 부연 설명을 했던 바 있다.
횸스토어 역시 '글로벌 MD 팀'이라는 회사 내 부서를 배경으로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을 직접적으로 선보이고 있어 가우스전자의 시작과 무척이나 흡사하게 느껴진다. 물론 가우스전자는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다. 그러나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었던 것은 사실이다.
최근 웹툰 업계에도 특정 제품을 홍보하는 방식의 작품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고는 한다. 한때는 웹툰을 구독하던 네티즌들이 웹툰 속 PPL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였지만 현재에는 작가들의 부수입을 창출하는 부분에 대해 인지하고 긍정적인 반응과 응원을 보내는 상황이다.
위와 같이 웹툰 영역의 변천사를 두고 미루어 짐작해 본다면 횸스토어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웹드라마 영역에서 탄탄한 수익모델을 가져갈 수 있는 획기적인 장르의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한다. 아마 앞으로는 많은 웹드라마 제작사나 투자자들이 횸스토어의 콘셉트를 차용할 것이다.
◇ 해외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하는 글로벌 웹드라마 '횸스토어'
안성곤 총괄감독의 주선으로 상암동의 모처에서 횸스토어의 출연자인 '임라라'와 '유신월'을 만나 직접 촬영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횸스토어의 원래 타이틀은 아티스트들의 마켓이라는 의미를 가진 '아티마켓'이라고 했다.
"회사라는 공간을 살펴보면 실무자들은 직책이 거의 바뀌지 않지만 팀장급의 임원들은 주기적으로 인사이동을 하죠. 이 부분에서 착안하여 아티마켓의 본부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시즌을 달리하려고 하고 있어요. 시작을 여자 아이돌 효민으로 하였으니 차기 시즌에는 남자 아이돌을 본부장 자리에 앉히려고 해요."라며 이야기를 꺼낸 안성곤 총괄감독은 횸스토어의 시즌제 진행에 있어 핵심이 되는 인물로 팀장인 임라라와 중국 담당 MD인 유신월을 꼽았다.
지금은 폐지된 SBS '웃찾사'의 공채 개그우먼으로 연예계에 발을 내민 임라라는 구독자 166만 명에 달하는 인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인플루언서로 잘 알려져 있다. 횸스토어의 안성곤 총괄감독과는 과거의 인연으로 합류하게 되었으나 인플루언서로서의 비전과 직결되는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웹드라마라는 사실이 그녀가 출연을 하게 된 데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했다.
대륙의 소셜 플랫폼인 웨이보에서 120만여 명에 달하는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Sophia'라는 영문 이름으로 더 유명한 유신월은 '왕홍'이라고 불리는 중국의 인터넷 인기 스타다. 횸스토어의 드라마 속 설정 뿐만 아니라 실제의 사회에서도 중국은 우리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시장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녀 역시 그와 같은 트렌드를 익히 잘 알고 있는 인플루언서이기에 드라마에 합류했다고 한다.
드라마 횸스토어 속 임라라와 유신월은 선의의 라이벌 같은 구도로 서로를 견제하지만 실상은 좋은 선후배의 관계라고 했다. 중국 담당 유신월 뿐만 아니라 일본 담당인 쌍둥이 안리와 안나, 베트남 담당인 메이찬, 그리고 영국 담당인 토끼(!) 피피까지 횸스토어의 MD들은 임라라를 제외하면 모두 외국인이다.
유신월은 인터뷰 내내 임라라가 횸스토어 MD들을 이끌어주는 리더이자 중심이라며 그녀를 칭찬 감옥에라도 가둘 심산인 양 끊임없이 팀장의 좋은 점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임라라는 연기 경험이 전무한 각국의 인플루언서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촬영장에서 극을 리드하고 분위기를 유도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그녀에 대한 유신월의 평가였다.
임라라 역시 연기 경험이 거의 없는 중국인 유신월이 많은 양의 대본을 중국어로 번역하고 소화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대단하다고 느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본인의 캐릭터에 충실하고 망가지는 것도 불사하는 유신월을 보면서 국내의 셀럽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행동력 강한 외국 셀럽들의 애티튜드를 느꼈고 무척이나 감탄했다는 본심도 털어놨다.
드라마의 제목이 횸스토어인 만큼 본부장 효민에 대한 이야기와 중국에서 연기를 공부한 비서역의 강미래 배우에 대한 이야기도 오고 갔다. 다들 각자의 스케줄이 다양해 촬영 일정을 맞추기도 쉽지 않지만 모여서 만큼은 여느 촬영장 못지않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것이 안 감독과 임라라, 유신월이 이구동성으로 말한 부분이다.
대면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앞으로의 가능성에 더 큰 기대를 가지게 하는 웹드라마 횸스토어의 수식어로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제작된 어느 웹드라마에서도 반수 이상의 외국인 출연자를 기용한 적이 없으며 드라마 횸스토어 속 팀명 역시도 글로벌 MD 팀이기 때문이었다.
네이버 Vlive와 네이버 TV를 기반 채널로 삼고 있는 횸스토어의 주요 구독 국가가 한국이 아닌 중국과 베트남이라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글로벌 웹드라마라는 수식어가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PPL이 거북스럽게 느껴지던 시대는 지났다. 세계는 우리의 제품과 문화에 열광하고 있고 이제는 그 시장에 부응하는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 때가 아닌가 한다.
전자신문인터넷 K-컬처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