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플랫폼 비즈니스와 업(業)의 본질

성공한 플랫폼 스타트업 비즈니스가 연이어 논란이 되고 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위인 배달의 민족의 수수료 전환이 이슈화 됐고, 이번에는 숙박 앱 1위와 2위 업체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운 가운데 이들 업체가 수수료와 광고비 등으로 정도 이상의 폭리를 취해 숙박업 전체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논란은 배달의 민족 사례와 판박이처럼 닮아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이 사태를 확대시키기는 했지만 이런 조짐은 지난해부터 지속 제기돼 왔다. 지역별 숙박업 단체들이 광고비 등을 두고 조직 차원의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논란이 된 사례들은 모두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다. 해당 기업들은 국내외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아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천문학 규모 금액에 해외 매각이 진행되기도 한다. 각사 대표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성공한 젊은 기업인으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숙박 앱 대표도 모텔 종업원이던 이력과 이를 연계한 아이디어 창업, 폭풍 성장세를 이끌며 주목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3000억원을 넘겼고, 해외 유수의 기관에서 2000억원이 넘는 투자도 유치했다.

다른 플랫폼 기업의 성공 스토리도 이에 못지않다. 황금알을 낳는 플랫폼 비즈니스 전성시대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인터넷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기업들이 과거 방식으로 더 이상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지는 가운데 혜성처럼 등장했다.

카카오, 유튜브, 아마존 등이 플랫폼 대표 기업이다. 이들 기업이 각자 영역에서 절대 강자로 떠오르면서 플랫폼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전까지 IBM, 휼렛팩커드(HP), 시스코, 델, 인텔 등 기술 기업이 정보기술(IT) 시장을 이끌었지만 하드웨어(HW) 중심 기술 격차가 줄어들면서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플랫폼이 경쟁력의 핵심이 된 것이다.

다양한 상품을 다수 고객에 판매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오픈 마켓 플랫폼의 아마존이나 응용 프로그램을 사고 팔 수 있는 애플 '앱 스토어'도 마찬가지다.

플랫폼은 다수의 플레이어가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유무형의 공간이다. 당연히 이전에도 존재했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수요자와 공급자가 몰려들게 되는 것이 '업(業)의 본질'이다. 단지 플랫폼이 온라인·모바일로 이동해 시공간의 경계를 허물면서 더 막강한 힘을 행사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초기 이후에 파생된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이런 업의 본질이 흔들리는 사례가 발생한다. 국내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공유 플랫폼 비즈니스 관련 논란이 최근 크게 불거지고 있다.

이런 문제의 원인은 업의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은 생태계 구성원에 있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있고, 사업 영역에 따라 이를 연결하는 신경망 같은 구성원이 존재한다. 플랫폼은 이런 생태계 구성원 간 '상생(相生)'을 기반으로 한다. 어느 한 곳의 균열이 생기면 플랫폼이 무너지는 구조다.

당장 플랫폼 독점으로 최대의 이익을 올릴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생태계의 한 축이라도 무너지면 플랫폼은 망가질 수밖에 없다. 물론 비즈니스 속성 상 무너지는 속도는 성장세보다 몇 배나 빠를 것이다.

치고 빠질(매각 등) 생각으로 기업을 하는 게 아니라면 '업(業)'의 본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데스크라인] 플랫폼 비즈니스와 업(業)의 본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