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로 안전하고 편리한 국민생활을 위한 SOC(사회간접자본) 디지털화를 추진한다.
디지털 SOC는 한국판 뉴딜의 3대 프로젝트 중 하나다. 중점 과제는 △국민 안전 등을 위한 노후 국가기반시설 디지털화 △첨단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물류서비스 체계 구축이다.
노후 국가기반시설을 디지털화하고 디지털 물류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제기됐던 과제다. 1960~1970년대 지어진 노후 시설이 급증하는데다 O2O 시장 확대로 물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탓이다. 그동안 중요성이 강조됐음에도 현안에 밀려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 물류 관련 산업은 낙후된 채로 머물렀다. 노후 시설은 KT 통신구 화재나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 등 대형 사고가 났을 때 반짝 주목을 받은 후 또다시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디지털 SOC는 국민 안전은 물론 파생경제 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되지만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다. 당장 연관되는 산업계가 많지 않아 목소리를 낼 이들도 적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톱다운 방식으로 추진하는 뉴딜 프로젝트야말로 디지털 SOC를 구축할 절호의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SOC 전반 아우르는 대형 프로젝트로
뉴딜 프로젝트 원조는 SOC다. 국민 삶에 가장 밀접하면서 대형 투자가 들어가는 SOC 건설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 것이 뉴딜정책의 시작이다. 이제는 그렇게 구축된 SOC가 노후화돼 관리받을 시점이 됐다. 도로·교통·항만·하수도·댐·전기·가스 등 우리 삶에 필요한 SOC만 해도 수십종에 이른다. SOC는 광범위하고 국민 삶과 밀접해 구축뿐만 아니라 관리 부문도 대형 사업이다. SOC 구축이 빨랐던 선진국의 SOC 관리 비용은 이미 신규 구축 비용을 넘어서고 있을 정도다.
우리 정부 역시 주요 시설 중 15종 기반시설을 선정해 올해부터 5년 단위 기본계획과 관리계획, 실행계획을 종합해 관리하기로 했다. 1970년대 집중 건설한 기반시설이 노후화되는 시점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기반시설 노후화로 관리 비용이 증가하면서 기존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관리 정책이 필요해졌다. 정부는 스마트 유지관리 기술 연구개발(R&D)을 추진하고 노후기반시설 관리 강화에 5년 동안 연평균 13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이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연평균 투자비용인 10조 4000억원에 비하면 28% 증가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것만으로는 디지털SOC를 이뤄내기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SOC 관리를 위한 데이터가 부족하다. 해당 SOC를 언제 구축했으며, 어떤 자재를 사용했는지 등 기본 정보만이 존재한다. 지하 시설물은 어디에 구축됐는지에 관한 정보가 없는 경우도 많다. 전반적인 기본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작업도 의미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만으로는 SOC를 종합 관리하고 선제 대응하기에는 미흡하다. IoT와 드론 등을 이용해 하자 상태를 점검한다고 해도 내부 상태까지 관찰해 관리하기는 힘들다. 지역·온도·이용량·시간 등 방대한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수집해 예측 관리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OC 전반에 대한 정확한 진단 및 예측 관리까지 하려면 어떤 정보를 취합해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지 해당 SOC에 맞는 모니터링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간이 지나면 얼마나 열화되고 손상되는지 모델도 만들어야 한다. 데이터를 수집할 IoT 센서가 있다고 해도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방향이 없다면 디지털 기술 활용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결정하고 관련 선행 기술 개발을 시작한다면 몇 년 내 데이터 수집을 위한 센서를 비롯한 디지털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관련 시장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 적은 규모지만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도는 있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노후인프라 시설물 유지관리를 위한 중장기데이터 기반 표준플랫폼 구축 및 서비스 기술 개발을 2018년부터 추진해 왔다.
박기태 건설기술연구원 센터장은 “인프라 종류와 개소 수가 워낙 방대해 3년간의 기간과 제한된 연구비로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수준”이라면서 “다양한 환경 아래 대표 시설물 데이터를 오랫동안 획득하고 활용하는 기법을 개발해야 선제적 유지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물류서비스 체계 구축
4차 산업혁명으로 가장 크게 변화하는 산업이 물류이다. 아기가 가장 먼저 배우는 단어 중 하나가 '택배'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만큼 우리 사회 깊숙이 물류서비스가 들어왔다. O2O와 생활물류서비스 등장으로 '3D산업'으로 여겨졌던 물류산업이 혁신기술과 접목해 신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물류 영역 자체에 대한 시각은 좋지 않은 편이다. 택배기사를 비롯한 배달업 종사자들은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하고 있고 물류센터는 도심이나 주거지 기피 시설에 머물고 있다. 수요는 늘지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산업을 폭발적으로 키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교통 물류 전문가들은 스마트 물류가 해답이라고 지적한다.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에 디지털물류서비스가 들어간 것도 이 같은 차원에서 풀이된다. 물류산업의 발목을 붙잡는 저해요인을 디지털 물류 서비스를 통해 해소하고 산업 발전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정부는 뉴딜 프로젝트를 통해 도심 인근, 유휴부지에 스마트 물류센터 등 첨단 물류시설 확충하고 로봇, IoT 등 첨단 물류기술 실증을 위한 테스트 베드 구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된 연구개발(R&D)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2021년부터 2027년까지 고부가가치 융합 물류 서비스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2027년까지 기다리기에는 물류 수요는 폭증하고 있다. 중장기 R&D와 별도로 2~3년 내 물류환경에 변화를 줄 수 있는 프로젝트가 요구된다. 스마트 기술로 관리하면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이 접근 가능한 공동물류센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장 산업 수요를 충족하면서도 시장에 변화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시티 서비스나 도시재생 사업과 연계해 첨단 기술을 활용해 물류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단기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다.
이동일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그룹장은 “스마트 물류 R&D를 통해 유휴부지를 활용해 공동배송을 처리하거나 IoT·로봇을 활용한 물류서비스 등을 정부 R&D 과제로 추진 중으로 현태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그룹장은 “단기간 내에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과 병행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