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이라고 쓰면 아직도 미래의 어느 시점인 것 같아서 낯설다. 첨단 기술이 어디에나 존재하는 현재에도 최근에 발생한 몇가지 사건은 상당히 혼란스러움을 던져주고 있다. 물론 역사적인 흐름을 자로 재듯이 끊어서 볼 수는 없겠지만 두세기전과 같은 전염병사건이 현재에 일어났는데도 4차산업 빅데이터나 인공지능은 무엇을 했는지 잘 알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국민을 동원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했는데, 성공적이었다는 결과론적 뉴스 외에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인다.
세계적으로 팬데믹의 상황에 대응하는 자세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본다. 모든 사람이 이제는 다 알게 됐지만 초기 대응에 모든 나라들이 상당히 정치적인 대응을 한 것이 문제다. 제대로 된 대응은 현상과 데이터에 의거한 결정을 내려야 하며, 전문가 집단이 의사결정 마지막 단계에 있어야 한다.
중국은 통계에 신뢰를 잃고, 일본은 올림픽을 이유로 대처를 미뤘다. 서구 선진국은 알 수 없는 자신감으로 초기 진화에 소홀했다. 이미 전영병 확산 모델에 대한 연구가 오랜 기간 진행됐으며 인공지능이 더해져 예측 정확도도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작금의 상황까지 오게 한 것은 모두 인간에게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바이러스 관점에서 보자면 독자 생존을 포기한 만큼 숙주를 통한 생존에 목숨을 걸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들은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는 투명성의 강력한 무기가 있다. 숙주의 면역 기제를 속이는 특별한 재능도 있다. 여기에 인간의 항생제에 조심스럽게 내성을 키우는 학습능력도 가졌다. 과장되게 이야기 하자면 자기를 인간의 제3의 정치세력이나 경쟁세력쯤으로 보이게 만드는 심리적 기술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바이러스의 공포로 심리 치료를 받는 사람이 있다면 억지도 아닐 것이다.
바이러스 또는 병원균으로 불려지고 의료계가 대응해야 하는 개체의 숫자는 우주의 별 만큼 많을 것이다. 두 개 이상 바이러스가 대유행하는 다중 팬데믹 상황이 오면 세상이 어떻게 될 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지금까지 인류가 그러한 위협에 대처하는 속도는 이미 바이러스가 진화하는 속도에 미치치 못한다는 것이 증명됐다. 역발상으로 바이러스 습격으로 인류는 비상 상황 버튼을 눌렀고 평상시에는 아주 오래 걸려도 변화될 것 같지 않았던 전통적 습관들을 단시간에 바꾸는 현상이 발생했다. 세계를 동일한 선상에서 대화하고 협력하게 했다. 신기술이 소리 없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조금 시간이 흐르면 인지하게 될 것이다.
인류가 위협 받는 상황에서도 우리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투표에 대한 열정은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도전적 과제였다. 결과적으로 세계가 대서특필하는 뉴스의 진원지가 됐다.
도전적 과제는 거리두기 캠페인을 하면서도 모여서 투표하게 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같은 최첨단 보안기술을 적용하면 최소한의 모임으로 원격 투표를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4차산업과의 괴리가 있다. 신기술을 이용하지 않음으로서 군중이 모이는 투표장소에서의 대대적 감염 노출이라는 리스크를 국민이 떠안은 것이었다. 리스크가 있다고 문제가 항상 발생하는 것이 아니어서 이번 총선은 하늘도 코로나 바이러스도 도왔다고 볼 수 있다.
선거운동 내내 여러 유세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세월이 지나도 기술이 제아무리 발전해도 유세를 하는 기술이 변화하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지역구내 어디를 가도 몇가지 똑같은 구호가 반복된다. 선거전략은 시민 열망을 녹여내고 본인 정치적 포부를 드러내며 경쟁자와 구도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빅데이터 자료 수집으로 전략을 세우고 공약을 수 백 개 이상 만들었더라도 상황에 따라 인공지능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투표 연령대가 낮아졌고, 유권자 요구들이 다양해졌다. 최신 고객관리 기법(CRM)을 이용한 지역별 연령대별 성별 직업별로 공약을 만들고, 유세 현장에서는 상황에 따라 적절한 공약 묶음을 유권자들과 최대한 소통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차별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후보자들은 다양한 상황에 따른 시나리오별 유세를 몸에 익히고, 선거 전략사무실과 긴밀하게 소통하는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 전략사무실에서는 전방카메라로 현장상황을 분석해 필요한 공약을 어떠한 방식으로 전달할지를 가이드해야 한다.
일방적인 전달을 통한 유세가 아니라 상호 소통하는 유세가 된다면 인공지능이 답을 찾아가는 상호작용 또는 피드백 시스템처럼 보일 것이다.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전철역 근처에서 취업에 상관이 없는 공약을 이야기 한다면 아무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다. 재빨리 학생들의 고충에 공감하는 애드립으로 시선을 끄는 동안 전략사무실에서는 학생과 교통에 대한 공약 묶음을 제공해서 상황에 따른 성공적인 유세가 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차산업이라고 해서 그리 거창하거나 따로 떼어서 독자적으로 다룰 것도 아니다. 바이러스는 인간을 포함한 생물이 숙주이듯이, 4차산업의 기술들도 기존 프로세스가 숙주이다. 바이러스나 신기술이나 인류를 변화시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를 극복하는 데는 수많은 생명의 희생이 치뤄진다는 점과, 신기술은 선진국형 또는 자본집약형으로 돈이 많이 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제 코로나도 초기에 비해 많이 줄었고 선거도 끝났다. 동일선상에서 출발했지만 제일 빨리 달리고 있으니 차근히 돌아보고 다음을 준비한다면 세계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분야가 상당하다. 모두가 한국을 바라보고 있을 때,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유세장에서 신기술을 이용하듯이 지금이 또다른 유세장이다. 세계와 인류를 위한 공약을 만들고 한국 전체가 한마음으로 외교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이런 기회는 어쩌면 마지막이라는 절실함으로 이론을 현실로 만드는 각고 노력이 필요하다.
김동철 前 티맥스소프트 대표(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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