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수혈' 대한항공, 1兆 유상증자 추진

이동근 기자 f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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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분기적자가 예상되는 대한항공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1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앞서 정부가 확정한 지원금 1조2000억원과 더 해 2조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한다.

유상증자 규모가 큰 만큼 지주사 한진칼도 경영권 유지를 위해 참여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5월 13일 이사회를 열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국책은행을 통한 정부 자금 지원안 실행을 결의했다.

이사회에는 조원태 회장, 우기홍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사진은 유상증자 규모는 5000억~1조5000억원까지 논의하고 1조원 규모로 최종 확정지었다고 알려졌다.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로 진행된다. 예상 주당 발행가격은 1만2600원이며 7월 6일 최종 확정된다. 신주배정기준일은 6월8일이고, 신주상장예정일은 7월29일이다.

대한항공 시가총액이 약 1조70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일반 공모로 진행하기엔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이 있다.

현재 대한항공 최대주주는 한진칼로 지분율은 29.96%이다. 한진칼은 이르면 14일 열리는 이사회를 통해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 규모를 확정할 계획이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국책은행으로부터 지원받는 1조2000억원 규모 차입 실행 방안도 확정했다. 항공화물 매출채권을 담보로 하는 7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과 주신전환권이 있는 3000억원 규모 영구채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2000억원 규모의 자산 담보부 차입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여객 감소로 극심한 경영난에 처한 상황이다. 지난해 유일하게 적자를 내지 않은 국적사였지만 코로나19 여파로 1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2013년 이후 7년 만이다. 매출이 급락한 상황에서 고정비 지출이 지속된 영향이 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1분기 실적은 매출 2조4558억원, 영업손실 2015억원, 당기순손실 7022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영업손실 규모가 477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1분기 실적은 15일 발표된다.

대한항공 실적은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선 여객이 급락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선이 유지되고 있으나 국내선의 대한항공 매출 비중은 6%에 불과해 실적에 크게 도움이 되진 않는다. 1분기 대한항공 국제선 여객은 298만742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줄었다. 코로나19가 심해진 2월 말부터 여객이 급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경우 정부 추가 지원까지 받아 가까스로 올해를 버텨낼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는 고용유지를 조건으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활용한 항공사 추가 지원을 예고한 상태다. 기금은 이달 말 가동된다.

대한항공이 순환휴직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면서 유휴자산 매각, 유상증자 등 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책을 충실히 추진할 방침이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