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뉴딜 시대' 열자] <5·끝>글로벌밸류체인(GVC)…韓, '세계 공장'으로 부상

기술장벽 높은 반도체·OLED 등 코로나 시대에도 글로벌화
中 공장 가동률 급감 경험한 만큼 글로벌 기업 유치·한국기업 유턴 총력

['디지털 뉴딜 시대' 열자] <5·끝>글로벌밸류체인(GVC)…韓, '세계 공장'으로 부상

#우리나라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밸류체인(GVC)' 변화를 주도할 핵심 국가로 떠올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각국 제조 산업이 크고 작은 타격을 입는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안정된 방역 체계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비대면(언택트) 서비스로 GVC 재편을 진두지휘한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시장 경쟁력 격차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정부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범정부적 산업 정책을 마련, GVC 재편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공급망 변화에 선제 대응한 국가가 다른 나라보다 경기회복, 기업성장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투명하고 안전한 첨단산업의 '세계 공장'으로 각인시키는 데도 총력을 쏟는다. 제조·ICT 경쟁력과 세계적 주목을 받는 'K-방역' 역량을 무기로 글로벌 기업 유치와 국내 기업 리쇼어링(제조업 본국 회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린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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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C 재편…韓, '청정생산국' 도약 기회

헨리 키신저 미국 국무장관은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라 시대착오적 '성곽시대' 사고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역에 취약한 신흥국에 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가 간 무역장벽이 부활할 가능성을 예측했다.

같은 달 장 폴 로드리그 미국 호프스트라대 교수는 지난 4월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제가 이중구조화 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수 물품은 국산화하지만 첨단 제품은 현재처럼 글로벌화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이는 전염병 창궐로 GVC가 불안정해진 것을 경험한 각국이 생필품, 의료용품 등에 대해 자국 중심 공급망을 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기술 장벽이 높은 산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글로벌화가 지속될 전망이다. 첨단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수소차 등이 대표 품목이다. 제조 기술력은 물론 강력한 방역체계를 구축한 우리나라가 첨단제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것으로 기대된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대한상의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 산업전략 대화'에서 “세계 여러 나라와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생산중단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을 경험하면서 '덜 효율적'이더라도 '덜 위험한'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확대할 것”이라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계기로 우리나라를 투명하고 안전한 첨단제품 생산기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성 장관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보건·환경 △경제활동 △기업경영 △사회가치 △교역환경에서 각각 거대한 물결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환경 부문에서는 GVC를 주요 변화로 꼽으며 이에 대응할 정부 전략을 제시했다.

정부는 지난해 일본 정부가 단행한 수출 규제와 코로나19 확산에도 생산 차질을 최소화한 경험을 활용해 핵심 소재·부품·장비(소부자) 공급망 관리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일본에 초점을 맞춘 100대 품목을 총 338개로 확대해 세계 전체 공급망으로 범위를 넓혔다. 해외에 생산거점을 구축한 국내 기업의 유턴을 독려하는 한편 GVC에서 핵심 위치를 차지한 글로벌 기업의 유치도 적극 추진한다.

추후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발생해도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작업 환경 조성에도 팔을 걷는다. 산업 현장의 감염병 대응력을 높여 '셧다운' 없는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중국 등에 생산거점을 갖춘 우리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로 공장 가동률 급감을 경험했다.

정부는 국내 생산라인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작업 방식을 설계하는 한편 산업별·기업별 표준화에 나선다. 주요 산업 현장 생산라인을 재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성 장관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가장 큰 위험요소는 불확실성”이라면서 “변화될 세상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코로나19 이후 산업전략을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열린 제2차 포스트 코로나 산업전략 대화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지난 11일 열린 제2차 포스트 코로나 산업전략 대화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위기를 기회로”…민·관 합동대응 속도

정부는 GVC 재편을 대비하기 위한 민·관 합동 대응방안 마련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기업별 지원 방향과 향후 경영 전략 등을 수렴해 한층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하기 위함이다.

최근 산업부와 한국생산관리학회가 공동 개최한 'GVC 위기 대응 민관합동 화상 심포지엄'에서는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기업들의 지속 성장을 도모하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생산관리학회는 △중요 협력사 직접 관리 △협력업체 네트워크 실시간 가시성 확보 △복수·대체 공급원 확보로 공급망 복원성 강화 △경제블록 내 지역 공급망 구축 등을 기업 차원 대응책으로 제시했다.

국내 기업이 원자재 공급처와 수요처, 국내외 생산기지 등을 재조정해 GVC 변동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AT커니도 한국기업들이 국내외 공장 입지를 재배치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산업 현장 사례를 기반으로 다양한 대응책을 정부에 제언하고 있다.

현대차는 수급 안정성, 상시 신속한 위험요소 파악, 표준화·플랫폼 공유 기반 복원력 등을 보완하기 위해 집중 발주 위주의 자재 조달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올해 초 특정 부품 수급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국내 완성차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한 사례를 언급했다. 일본 수출규제, 코로나19 등에서 경험한 바처럼 특정 국가나 기업에 자재 공급이 집중되면 비상 사태 발생 시 대체재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골자다.

한솔섬유는 자사에 도입된 디지털 공급망 시스템 정보를 공유했다. 디자인부터 판매에 이르는 밸류체인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리, 경쟁력을 높이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우리 기업들에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고 있다.

성윤모 장관은 최근 열린 '제2차 포스트 코로나 산업전략 대화'에 참석한 기업에 2·3차 이상 협력사까지 시급히 위험요소를 파악하고 공급·생산계획을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복수·대체 공급처 확보와 경제 권역별 공급망을 분산하는 등 장기적 밸류체인 완결성 강화도 당부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