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판 뉴딜' 아이디어를 모으자

[사설]'한국판 뉴딜' 아이디어를 모으자

정부가 '한국판 뉴딜'을 공식화하면서 세부 사업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3주년을 맞아 발표한 특별 담화에서 국가 프로젝트로 진행할 의지를 분명히 밝히며 탄력이 붙었다. 뉴딜 사업을 주관하는 기획재정부는 3대 프로젝트 10개 과제 형태로 대략의 윤곽을 제시하고 정부 부처 중심으로 사업 발굴에 나선 상황이다. 기존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추진한 토목이나 건설 사업 중심이 아니라 '디지털'에 방점을 찍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디지털 인프라 사업을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약 5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는 한국판 뉴딜이 갖는 의미는 크다.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하고 성장이 멈춘 기존 전통 제조산업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사태로 민낯이 드러난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는 슬기롭게 이겨내면서 자신감까지 붙었다. 정부와 민간 모두 '하면 된다'라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뉴딜이 제대로 산업과 시장에 연착륙한다면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살얼음판을 딛고 있는 경제에 온기를 불어넣고 기업 역동성에 자극을 줄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문제는 뉴딜 사업의 세부 내용이다. 공허한 말잔치나 구호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걸맞은 사업이 중요하다. 정부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아야 한다. 전 세계가 주목한 'K-방역'도 민간의 힘과 아이디어가 결집됐기에 가능했다. 한국판 뉴딜이 보여 주기 식으로 일방적으로 사업 계획을 세우고 무작정 돈을 뿌리는 형태라면 기본 취지조차 이루기 어렵다. 기업을 포함한 민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문 대통령이 밝힌 취지대로 국가 프로젝트 형태로 진행할 수 있다. 정부와 국민이 함께 움직일 때 뉴딜 본래의 의미를 되살릴 수 있다. 한국판 뉴딜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 전체의 에너지를 모을 수 있는 과정이 돼야 한다. 정부는 다음 달 세부 사업 계획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