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로열층'은 중진몫일까…방빼는 의원실 본격 이사철

국회 의원회관 전경
국회 의원회관 전경

21대 국회 개원을 2주가량 앞두고 의원회관 방(의원사무실) 배정이 한창이다. 낙선한 의원들이 방을 빼면서 본격적인 '이사철'이 시작됐다.

국회 의원회관은 지상 10층, 지하 5층으로 이뤄져 있다. 구관에 신관을 붙인 'ㄷ'자 형태다. 의원회관 방 배정에 따로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관례상 보통 당선 횟수인 선수와 나이를 기준으로 방이 배정된다. 이 중 전망이 좋은 6~9층은 로열층으로 분류돼 다선 의원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국회사무처는 지난 4월 총선이 끝난 후 당별로 방을 배정했다. 신관과 구관을 각각 A~C 구역으로 구분하고 층별로 나눠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별 의석비율에 따라 정했다. 재선의원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사무실을 우선 배정받고 원하면 이동하는 식이다. 각 소속 정당 안에서는 의원끼리 배정된 방을 교체할 수 있다.

국회사무처가 정당별로 방을 배치하면 각 당의 원내행정국이 의원들에게 배정한다. 원내행정국에서 의원별로 배치한 후 원내대표가 최종 확인한다. 방 배정은 선수와 연령 등을 감안하지만 대체로 '중진의원=고층' 공식이 지켜지는 편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4선 이상 중진 의원 18명 가운데 14명이 로열층인 6~8층에 몰렸다. 4층에는 지도부가 집결했다. 당시 김종인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최운열 정책위원회 부의장 등이 4층을 사용했다.

통합당의 전신인 옛 새누리당 중진 역시 6~9층에 자리 잡았다. 20대 국회 기준 서청원 의원(8선)은 국회 분수대와 도서관이 정면에 보이는 601호, 그 옆으로는 원유철 의원(5선), 604호는 박덕흠 의원(3선)이 사용했다. 7층에는 김무성 전 대표, 그 옆 방은 최경환·이군현(4선) 의원 등이 배정받았다. 전망이 좋은 9층 역시 정진석 당시 원내대표(4선), 김광림 의원(3선) 등이 몰렸다.

의원회관은 크게 국회 분수대와 잔디가 보이는 대광장 방향, 한강뷰 방향, KBS 방향, 벽 방향으로 나뉜다. 대광장 방향은 층수와 관계없이 앞에 막힘이 없어 의원들이 선호하는 자리다. 송영길 민주당 의원이 고층에 대광장 방향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강뷰 방향도 과거에는 선호했으나 국회 소통관이 올해 완공되면서 한강 전망을 일부 가렸다. 이 때문에 대광장 방향이 더 선호될 것으로 보인다.

창문이 밖으로 나지 않은 안쪽 공간은 주로 비례대표나 초선의원 몫이다. 밖이 보이지 않지만 여기서도 명당은 있다. 의원회관 지하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가 바로 연결돼 방으로 이동하기 편리한 곳의 인기가 좋다.

민주당 의원실 A비서관은 “중진일수록 6층 이상을 선호하고, 저층은 인기가 낮다”며 “엘리베이터와 가깝게 연결된 방도 이동이 편리해 인기 라인”이라고 귀띔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