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R&D 톡톡]<6>무인 건설시대를 꿈꾸다

오티스 굴착기 <자료 위키피디아>
오티스 굴착기 <자료 위키피디아>
무인건설기계 컨셉 <자료 두산인프라코어>
무인건설기계 컨셉 <자료 두산인프라코어>

의식주는 사람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세 가지 기본 요소다. 아무리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이러한 필수 요소가 없다면 기본 생활이 어려워진다.

이 가운데 주거 공간은 단순히 안전하고 편안한 장소 제공에서 벗어나 점차 대규모 형태로 바뀌었고, 도시가 등장했다. 사람들은 더 크고 더 높은 건축물을 짓기 위해 건설기계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건설기계를 대표하는 것으로는 굴착기를 들 수 있다. 근대 기계식 굴착기는 1835년 미국의 윌리엄 오티스가 처음으로 발명했다. 이 굴착기는 기어·케이블 등에 의해 작동했으며, 1839년 동력원으로 증기기관을 추가해 최초로 특허를 받은 증기 굴착기가 됐다. 당시 이민 노동자의 임금이 더 저렴해서 증기 굴착기가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지만 대규모 공사가 필요한 철도 건설이나 노천 광산 등에서 사용됐다.

1897년에는 미국 건설기계 제작 회사 킬고어가 증기 실린더 방식을 사용한 굴착기를 개발했다. 이 기계는 케이블이나 체인을 사용하지 않아 고속으로 작동했을 뿐만 아니라 외부 충격에 강하고 효율도 크게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현재 사용되는 유압식 실린더 굴착기의 기본 구조가 이때 완성됐고, 건설 현장에서 주요 도구로 쓰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경제 원조를 통해 불도저와 같은 건설기계가 도로 건설이나 전후 복구사업을 위해 처음으로 도입됐다. 1960년대 이후에는 국토 개발을 목적으로 대규모 공사가 추진되기 시작해 건설기계를 수입해 사용했다. 당시에는 건설기계를 생산할 능력은 없었으며, 정비를 위한 일부 부품만 생산할 수 있었다.

1970년대에는 중동 건설경기 붐으로 국내외의 많은 건설사가 중동 지역으로 진출하고 건설기계 수요도 급격히 증가했다. 이때부터 일부 건설기계 부품만을 생산하던 국내 기업도 외국 선진사와 기술을 제휴, 건설기계 자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핵심 부품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는 등 부족한 점이 있었다.

자체 설계에 의한 독자 모델 개발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수출을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꾸준한 투자 덕분에 1990년대에 들어서는 국내 건설기계 상품성이 크게 향상돼 현재에 이르게 됐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이 건설기계 산업에도 적용돼 지능화·자동화 기반의 스마트 건설기계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드론으로 측량한 데이터를 통해 공사 현장의 3차원 지도를 생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 굴착기 등이 자율 작업을 진행한다. 종합관제 시스템에서는 작업 상황과 건설기계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전체 건설기계를 효율 운영한다.

이렇게 지능화된 기계는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공사 기간 단축, 안전도 향상 등을 끌어내 수요 역시 지속 증가하고 있다. 국내 기업도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건설기계 지능화 개발에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 이는 국산화 어려움으로 말미암아 수입에 의존하던 우리 건설기계 산업이 많은 발전을 이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의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을 건설기계 패러다임 변화에 활용할 때다. 핵심 부품과 기반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생태계를 구축,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한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길 바란다. 체계를 갖춘 발전을 통해 우리의 무인 건설기계가 세계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전형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첨단기계 PD
전형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첨단기계 PD

전형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첨단기계 PD hhchun@kei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