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재 역사상 전례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세계 경제는 전쟁 이후 이렇게까지 멈춘 적이 없었고, 전 세계가 하나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다 함께 노력한 순간도 없었다.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의미가 이렇게 심오한 적도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일상이 완전히 바뀌면서 미래에 대한 수많은 불확실성이 생겼지만 우리가 결코 이전 생활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 하나는 명확해졌다.
가장 어려운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지 않는 건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지난 1918년 발병한 스페인 독감에 대한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초기 단계에서 진압을 시도한 도시들은 전염병 종식 후 실제 경제 활동에서 부흥을 경험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어떻게 현재 상황에 대입할 수 있을까. 먼저 한국과 영국에서 사람들은 감소한 차량 운행, 석탄화력발전 가동 중단 및 상한 제약 시행으로 말미암아 대기 질이 매우 개선됐음을 느꼈다. 지난해에 비해 한국의 초미세먼지 수준은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깨끗한 공기는 석탄화력발전 중단으로 이뤄낼 수 있는 가장 명백한 건강상 이점 가운데 하나다. 석탄발전은 지구 온도를 상승시키는 탄소 배출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두 번째로 석탄화력발전을 멈추기 위한 주장은 더 이상 환경이나 사회 이유에 국한돼 있지 않다. 석탄화력발전 중단은 경제 측면도 있다. 한국은 1000억달러가 넘는 좌초자산 위험이 있으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들은 이미 변화하기 시작했다. 블랙록, JP모건, 시티은행은 최근 석탄화력발전을 지지하는 회사에 더 이상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셸, 토털, BP는 탄소중립 경영을 선언했다. 매킨지는 기후 변화를 가속화하는 기존 보조금 제도를 재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시민단체, 금융기관을 비롯한 경제 주체들은 모두 각기 다른 출발점에서 다른 진행 방식을 택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저탄소 에너지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목표는 시민사회와 금융기관을 포함한 모든 경제 주체가 동의하는 최종 목표다.
마지막으로 아직 석탄화력발전 중단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든다면 서울과 세종에 있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우리와 함께하자고 독려하고 싶다. 이와 함께 국제 사회에서 한국이 어떻게 인식되길 원하는지도 함께 고려돼야만 한다. 내년에 영국 글래스고에서 주최될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준비를 시작하면서 국제 사회의 화두는 코로나19 대응 방안에서 녹색 경제 회복으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두 위기 상황은 불가피하게 엮여 있다. 영국은 우리 기후변화위원회(CCC)에 경제 회복을 지원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올 여름까지 착수할 것을 요청했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 단가가 가장 저렴한 현 시대에서 19세기와 20세기에 경제 성장을 견인한 화석연료가 또다시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다.
한국은 여름까지 현재의 추진력 유지가 중요하다. 안타깝지만 '녹색 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담은 COP26 연기와 같은 이유로 2021년으로 연기됐다. P4G 회담을 대신해 국가기후환경회의의 권고안 발표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더 중요해졌다. 조만간 한국이 석탄화력발전을 중단한다는 청신호를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그린 뉴딜과 2050년까지 탄소중립 선언은 석탄화력발전 중단을 위한 견고한 토대가 될 것이다. 지난 유엔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9월 7일을 '푸른 하늘을 위한 세계 청정 대기의 날'로 지정할 것을 제언했다. 이러한 한국이 여전히 해외 석탄화력발전에 투자하고 있다면 이는 더 모순으로 보일 것이다.
파리기후변화협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전 세계가 2050년까지 모든 석탄화력발전을 중단해야 한다. 영국은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를 늦어도 2024년까지 중단할 예정이다. 2050년 탈석탄 목표 달성을 위해선 석탄화력발전 투자는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 석탄화력발전 투자를 중단시키는 데엔 세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는 오늘날 시민 건강을 위해, 두 번째로는 우리 아이들의 경제 활동 보전을 위해, 마지막 세 번째로는 미래 세대에 우리 두 나라의 평판을 위해서다. 석탄화력발전은 이 세 가지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 enquiry.seoul@fco.gov.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