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계엄 정치경제학

“역시 다이나믹한 코리아입니다.”

비상계엄 직후 식사 자리에서 만난 한 외국인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계엄 해제가 그토록 빨리 이뤄진 것에 혀를 내둘렀다. 국민들의 발빠른 대응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랬다. 국민은 위대했다. 물론 아쉬움도 없지 않다. 그 전까지 국민은 대통령을 너무 몰랐고, 대통령 역시 국민을 몰랐다. 시민들 힘도 확인됐다. 민주주의 수호 의지는 예상보다 강했다.

한달 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은 파격을 선택했다. 꼬일 대로 꼬였던 정국을 탄핵 카드로 돌파하려했다. 야당과의 협상과 타협 대신 물리력을 동원했다. 결과적으로 현재 진행형인 계엄 사태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치명상을 입혔다. 국가의 두 축에 상처가 났다. 정치경제학 관점에서는 정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극대화됐다.

정치가 경제 영역에 망치질을 한 셈이다.

12.3 비상 계엄은 정치와 경제의 유기적 관계성을 증명했다. 환율은 오르고, 주식은 폭락했다. 정치 현상이 금융은 물론 외환시장과 얼마나 직접적 연관을 갖는 지를 확인시켰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극대화했던 12월 9일 하루에만 우리 기업들의 시가총액 144조원이 증발했다. 이른바 블랙먼데이였다.

지난달 27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금리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 연말 주간거래 종가는 1472.5원을 기록했다. 외환위기였던 1997년 1695.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금테크에 이어 달러테크, 비트코인테크 현상이 생겨났다. 강달러 장세에 달러 보유를 통한 환차익 실현이다. 증시 역시 역사상 최악의 해였다. 코스피는 2400선이 붕괴됐다. 골목상권도 어려움을 호소한다. 서울 시내 주요 상가는 텅텅 비고 있다. 폐업하는 식당도 늘었다.

정치적 관점에서도 45년 전 12.12 군사 쿠데타 이후 쌓아온 자유민주주의 자산에 생채기를 냈다. 비상계엄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 또 하나의 오점을 남겼다. 퇴행적이다.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렸다. 강건할 것만 같았던 우리나라 민주주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성숙되기는 했으나 안정적이진 않다는 시그널이다. 뿌리가 땅 밑으로 깊이 착근하지 못했다.

희망적인 것은 2030대 힘을 확인한 점이다. 응원봉을 앞세운 미래 세대의 정치 참여는 기성세대에 자성과 반성의 계기가 됐다.

2024년은 아픔과 상실의 한 해 였다. 글로벌 경제 톱10 국가라는 위상에도 적잖은 상처가 남겨졌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대한민국을 혼란속으로 빠뜨렸다. 이뿐 만이 아니다. 외교 안보에도 예상치 않은 시그널을 줬다. 우방국 미국과의 철통 연대에 대해 우려섞인 시각도 생겨났다.

을사년이 밝았다. 푸른뱀의 해다. 그동안 대한민국에 드리웠던 '불안·불안전·불확실성'이라는먹구름이 거치길 희망한다. 포스트 계엄 이후의 미래는 떠오르는 태양처럼 밝아야 한다. 을사년, 2025년은 정치가 경제를 살리는 해가 됐으면 한다. 그것이 멘붕에 빠졌던 우리 국민을 위로하는 길이다.

김원석 부국장
김원석 부국장

김원석 통신미디어부 부국장

김원석 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