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형 유니콘 육성에 경제정책을 집중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에서 “혁신 벤처와 스타트업을 주력으로 하여 세계를 선도하는 '디지털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연내 2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통한 벤처·스타트업 긴급 지원에 나서고,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혁신 성장의 불꽃을 살리겠다는 게 핵심이다. 스타트업의 혁신 아이디어가 사업화로 이어지도록 정부가 강력한 지원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K-유니콘은 제조업 기반의 우리 산업 구조를 서비스와 혁신형으로 바꿀 핵심 수단이다. 새롭게 성장한 기업이 계속 나와야 우리 경제의 건전성도 유지된다.
그러나 우리 산업에서 대기업 이외에 벤처로 출발해 성공한 창업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최근 20년을 봐도 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쿠팡처럼 '모델'이 될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성공한 벤처는 대부분 제조업 기반보다 온라인 기반으로 성장했다. 온라인 비즈니스는 특유의 확장성이 있다. 제조업처럼 초기시설 투자 자금이 크지 않아 스타트업에 유리하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K-유니콘으로 성장해 나갈 후보는 제조업보다 온라인·모바일 기반의 아이디어형 벤처가 될 가능성이 짙다.
이 같은 기업군을 기르기 위해서는 직접 자금 지원보다 규제나 제도 개방이 더 중요해 보인다. 온·오프라인연계(O2O) 비즈니스에 대한 인식 정립부터 필요하다.
그동안 관심을 끈 타다, 배달의민족은 새 아이디어로 사업을 키웠지만 기존 레거시 사업자나 소상공인의 저항에 부닥쳤다. 쿠팡, 마켓컬리, 바로고 같은 유통·배달·차량공유 등도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유사하다. 온라인 기반의 플랫폼을 만들고 여러 사업자를 연계해서 수수료를 얻는 방식을 쓴다.
O2O 플랫폼 사업자를 육성 대상으로 보고 정책 지원을 할 것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사업 초기에 각광 받다가 여러 규제나 기존 사업자와의 충돌로 비즈니스가 좌초되는 일이 반복되면 아예 새로운 시도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새로운 도전에는 규제를 없애고 가능한 한 기회를 넓혀 줘야 생태계가 건강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을 상용화한 나라다. 그럼에도 이를 활용한 큰 성공 모델이 없다. 좋은 인프라를 두고도 우버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는 극히 제한적이다. 원격의료도 해외에선 확대되고 있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규제와 전통 사업자들의 저항을 받고 있다. 이런 시도는 막아 놓고 K-유니콘을 육성하겠다는 접근 자체가 모순이다.
이를 극복할 주체는 개별 사업자가 아니다. 정부와 정치권이다. 그러나 이들은 산업이 얼마나 유망한가보다는 반대쪽의 목소리가 크지 않은가, 향후 선거에 유리한가에 더 집중하는 행태를 반복해 왔다. 이 과정에서 신산업과 전통산업 충돌이 나타났고, 다수의 스타트업이 기회를 상실해 왔다.
더 이상 지하창고에서 밤새워 시제품을 만들며 성공 신화를 썼다는 말도 나오기 어려워졌다.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이 강화되면서 이런 시도는 자칫 범법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K-유니콘이 늘려면 청년의 창의적 도전, 새로운 시도는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직접 자금 지원이나 마케팅 수단 제공보다 제도와 규제 개선이 더 큰 이슈다.
창업 생태계가 잘 돌아가려면 우리 산업에만 존재하는 낡은 규제부터 찾아 없애 줘야 한다. 특히 해외 사업자는 겪지 않고 우리 벤처만 부닥치는 문제가 적지 않다. 이것부터 적극 해소해야 스타트업의 도전이 늘 수 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