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이 빠른 나라 가운데 하나일 것으로 전망된다. 방역 성공 덕에 팬데믹 아래에서도 정상으로 국가 운영을 한 덕이다. 여기에는 숨겨진 요인이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서비스업 비중이 월등히 높은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의 제조업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2008년 금융위기에서 증명됐듯이 제조업이 강한 나라가 위기에 강하다.
우리는 마스크, 방호복 등 의료·보건 물품 부족 사태를 빠르게 극복했다. 그러나 생산 기반을 해외에 둔 국가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생산 및 공급 리스크 확대로 기업들의 리쇼어링 움직임도 활발하다. 코로나19 이후 전개될 4차 산업혁명의 기회 요인을 활용한 제조업 경쟁은 불을 보듯 분명하다.
특히 중소기업이 중요하다. 전체 제조업에서 중소기업 비중이 99.6%임에도 중소기업 생산성은 대한민국 위상에 견줘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생산성이 낮은 만큼 개선 여지도 많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의 마스크 대란과 품귀 현상에 대한 해소 과정이 이를 잘 보여 준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심각해지자 삼성전자가 마스크 생산업체에 생산공정 개선이나 기술지도 등을 전수해 줌으로써 짧은 시간에 생산성을 2배나 높일 수 있었다. 우리 중소 제조기업은 스마트화·디지털화의 여지가 많다. 디지털 뉴딜을 통해 스마트제조 혁신을 더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첫째 스마트공장의 수준별 맞춤 지원이 절실하다. 스마트화는 총 5단계(Lv0~5)로 구분되지만 단계별 차이가 크다. 준비-기초-고도화에 맞는 맞춤형 지원으로 별도의 예산 편성이 필요하며, 투자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수준별로 기술을 공급하는 표준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표준화된 지원 체계가 있으면 업종별로 생태계 전반에 걸친 혁신을 유도하기도 수월하다.
둘째 디지털 서비스 솔루션 기업이 아직 부족하다. 스마트공장 솔루션 가운데 국산은 극히 일부이며, 고도화 솔루션으로 갈수록 외산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초기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하고 지역대학, 국책 연구기관과 협업을 유도해 경쟁력 있는 솔루션 기업을 정책 차원에서 육성할 필요가 있다. 특히 소규모 기업의 경우 솔루션 업체로부터 서비스를 계속 구독하는, 공급 체계로의 전환을 유도해야 한다.
셋째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기업의 리쇼어링 상황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기반 구축을 통해 리쇼어링 유인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국내 기업의 리쇼어링, 해외 기업의 유치, 분산형 생산 거점 구축 지원을 포괄하는 확장형 리쇼어링을 추진해야 한다. 리쇼어링 효과가 큰 앵커 기업의 유턴을 유도하고 K-방역 및 디지털 인프라 등을 내세워 글로벌 기업 유치 사업을 대규모 공공사업으로 추진, 리쇼어링을 촉진해야 한다. 기업의 생산 프로세스 가운데 핵심 소재 및 부품 분야의 생산 거점을 유치하는 국제 분산형 생산 거점 구축 전략을 펴는 등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
넷째 중소기업 재직자의 디지털 역량 강화다. 스마트공장 솔루션을 도입해 놓고도 정작 가동이 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스마트공장 운영 인력 부족 때문이다. 재직자 대상으로 스마트센서, 사이버물리시스템, 3차원(3D) 프린팅, 에너지절감기술,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홀로그램 등 8대 스마트제조기술과 같은 제조 현장 디지털 기술 융합 교육을 해야 한다. 지역대학, 산업교육 전문기관과 연계해 중소기업 재직자 대상의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된다.
스마트제조 혁신 역량은 이제 제조기업 활동의 디폴트 값이다. 지역 산업이 디지털화되면 지역 경제가 회생한다. 스마트 제조 혁신으로 지역경제와 일자리가 활력을 찾기 바란다.
노규성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ksnoh114@kp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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