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주체가 22년 만에 처음으로 한 자리에 앉아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전례 없는 경제·고용 위기 극복을 위해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었지만 입장차는 여전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0일 국무총리공관에서 노사정 대표들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개최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정위원회가 출범했으나 민주노총이 이듬해에 탈퇴했다. 양대 노총을 포함한 모든 노사정 주체가 한 테이블에 앉는 것은 1998년 이후 처음이다.
노동계에서는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경영계에서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부에서는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석했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과 김용기 일자리위 부위원장도 배석했다.
22년 만에 이뤄진 회의였지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시각과 입장차는 뚜렷했다. 노동계는 고용안정을, 경영계는 기업살리기를 통한 일자리 지키기를 주장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위기로 인한 피해가 우리사회 가장 약한 고리에서부터 발생하고 있다”며 “사회적 백신은 해고없는 대한민국”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통령의 고용총량 유지 의지 확고히 했지만, 기간산업 대형 항공사 하청 비정규직들이 해고되고 있다”며 “수많은 사람들을 위해 택배노동자들이 땀흘렸지만 고용보험에서도 제외됐다”고 강조했다. 민노총은 재난 시기 해고 금지, 사회 안전망 확대를 모든 경제주체들이 대화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현 경제 위기에서는 시장 수요 자체 사라지면서 영업 적자 처한 기업들이 막대한 고용유지 비용 감당할 수 없다”며 “유동성 공급 통한 정부 각종 지원책이 확대 시행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근로자들을 떠나보내고 싶어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부도가 눈앞에 보이면 버틸 수 없다”고 말을 꺼내며 “이번 위기는 과거와 달리 누구 책임이라고 하기 어려워 위기 극복도 상호간 고통분담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심각한 고용상황을 고려하면 지체하거나 주저할 시간이 없어 최대한 빨리 뜻을 모을 수 있게 논의에 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정 총리는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사회 전반, 특히 국민의 일상과 직결되는 일자리에 미치는 충격이 매우 커 일자리와 일터를 지키기 위해서는 노사정 상호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22년 전 노사정위원회와도 인연이 깊다. 1기 노사정위원회에서 위원, 2기에서는 간사위원을 지냈다. 이날 회의에서도 정 총리는 1998년 외환위기 시절 노사정위원회에서 사회적 대화에 참여했던 경험을 언급했다. 1998년과 2009년에도 한 달 정도 집중 논의해 합의를 도출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22년만의 노사정 회의는 정 총리가 4월 중순부터 노사단체 등에게 코로나19에 따른 전례 없는 경제·고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사정 간 대화를 제안한 결과로 마련됐다. 정 총리는 지난달 17일에는 한국노총 지도부, 18일에는 민주노총 지도부, 이어 20일에는 경총·대한상의 회장을 각각 만났다. 21일에는 노동계 인사들과 면담했다.
정 총리는 “'국민'의 시각에서 노사정이 각자가 다름을 인정하고 절제와 인내의 미덕을 발휘해 줄 것”을 당부하는 한편 “노사정 대화를 발판으로 앞으로 모든 노사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상생과 신뢰의 노사문화를 다지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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