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포스트 코로나와 소프트웨어 중심사회

'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는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 상황에서 인류는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중요한 결정을 빨리 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이러한 결정들이 향후 인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라리는 이와 함께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한국이 취한 광범위한 진단 검사, 투명한 자료 공개, 시민의 자발 협력 유도 등 결정을 높이 평가했다.

감염병 확산 추이에 대한 데이터 수집, 분석과 공유 등 정보기술(IT) 활용이 코로나19 확산 억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초·중·고등학교와 대학은 '비대면 강의'라는 전례 없는 변화를 경험하고 있고, 줌·유튜브 등 원격강의용 소프트웨어(SW) 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고석주 경북대 SW교육센터장
고석주 경북대 SW교육센터장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관련 SW 기술 경쟁력 확보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바야흐로 'SW 중심사회'로 진입하는 순간이다.

SW는 지식정보화 사회에 빛과 어둠이 될 수 있다. 지하철역에서 쓰러진 사람을 구했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소식에 우리는 인간 존중의 유토피아를 경험한다. 한편으로 아동 성 착취 뉴스를 접하며 인간 폄훼의 디스토피아로 말미암아 끔찍한 전율을 느끼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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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엔진, 추천 시스템, 블로그, 경매 도구, 인스턴트 메시지, 새로운 SW를 만들어 주는 애플의 아이폰 운용체계(iOS), 안드로이드, 페이스북, 윈도, 리눅스 같은 플랫폼은 글로벌 경제·문화·사회 삶과 정치 중앙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SW는 이제 우리 사회를 움직이게 하는 '살아있는 권력'이다.

정부는 'SW 중심사회' 실현을 위해 2015년부터 'SW 중심대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의 많은 대학이 SW 교육 혁신 체계를 구축하고 SW 전공자를 위한 SW 전공 교육, 타 학과생을 위한 SW 융합 교육, 전교생 대상 SW 교육를 전면 시행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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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공학·예체능 계열의 모든 학생에게 SW 역량 교육을 제공, SW 교육이 교양 전인 교육으로 자리매김했다. 초·중·고등학교 학생 대상으로는 도서관, 과학관, 미술관, 공공기관 등 지역사회와 연계한 SW 가치 확산 활동을 통해 SW 가치를 공유하고자 하는 'SW 문화활동'이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북대를 비롯한 전국 대학들은 다양한 SW 문화활동을 통해 창의형 SW 융합인재 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융합인재는 '생각하고 만들면서 놀이하는 인재'라는 비전 아래 교육 전문가들과 협력해 유아와 초·중·고등학교 학생 및 일반인 대상으로 SW 관련 교육활동(캠프), 문화활동(콘서트), 인력 네트위킹 활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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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과학(사이언스), 기술(테크놀로지), 공학(엔지니어링)을 예술(아트)과 수학(매시매틱스) 토대 위에서 학습하며 생각하고 만들어 움직이는 놀이(레크리에이션) 활동까지 경험하는 인재다.

바야흐로 'STEAM' 인재에서 'STREAM' 인재로 전환되고 있다. 경북대 SW교육센터는 지난해 경북 구미과학관과 협력해 스포츠를 수반한 놀이활동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컴퓨터 없이 배우는(언플러그드) 컴퓨팅 교육을 접목, '사이언스 트림(TREAM) 데이!'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또 지역 공공도서관과 연계해 SW 개념을 도입한 'SW과학연극'을 경력단절 여성 모임인 '사이품바'와 공동 기획, 매년 20회 이상 개최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류의 삶을 바이러스 이전과 이후 삶으로 구분하게 했다. 지금 우리는 숱한 바이러스 변종의 도전을 극복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우리도 변화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를 국가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하고, 이런 변화의 중심엔 SW가 있다. 새로움에 새로움을 더하는 SW 변종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시대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SW 융합인재를 기르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디지털 미디어 이론가인 레프 마노비치가 말한 'SW가 명령하는 사회', 즉 'SW 중심사회'로 이어진다. 이러한 'SW 중심사회'를 이끌어 갈 주역을 양성하기 위해 우리 모두 지혜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고석주 경북대 소프트웨어교육센터장 sjkoh@k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