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정치인생 마무리 문희상 "아쉬움 남아도 후회없는 삶"

문희상 국회의장이 21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21일 오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대 국회를 끝으로 40년 정치 인생을 마무리하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21일 “아쉬움이 남아도 내 정치 인생은 후회없는 삶으로 행복한 정치인의 길을 걸어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문 의장은 이날 국회 사랑재에서 퇴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임기가 꼭 8일 남았다. 만감이 교차한다”며 “모든 것을 정리하고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에 서있는 지금 몹시 떨린다”고 전했다.

이어 “국회의장직 뿐만 아니라 내 인생 자체였던 국회와 정치를 떠난다는 두려움일 것”이라면서도 “늘 그렇듯이 다가올 낯선 미래에 대한 동경과 새로운 길을 가고 싶다는 설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장은 경기 의정부 갑에서 14대에 당선된 이후 16~20대 내리 당선되며 6선 의원을 지냈다. 20대 국회 후반기에 국회의장직을 맡았다. 24년 간 의정활동을 국회의장으로 마무리했다.

문 의장은 “1965년 혈기 넘치던 법대 시절, 한일회담 반대 투쟁에 나섰던 시기를 떠올리면 55년의 세월이다. 1980년 서울의봄을 기점으로 하면 40년”이라며 “1987년 제2의서울의봄, 처음으로 정당에 참여한 시절을 기준으로 해도 33년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의 업이자 신념이었던 정치를 떠난다니 심정이 복잡했다”면서 “김종필 전총리가 말한 '정치는 허업(虛業)'이라는 말이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 나날이었다. 깊은 회한이 밀려들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하루하루 쌓아올린 보람이 가득했던, 행복한 정치인의 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문 의장은 “동교동 지하서재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처음 만난 날, 그 모습이 지금도강렬하고 또렷하게 남아있다”며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며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통일에의 꿈이 무지개처럼 솟아오르는 세상' 그 말이 저를 정치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을 처음 만난 날, 모든 것을 걸고 이뤄야할 인생의 목표가 분명해졌다”면서 “1997년 12월 19일 김 대통령이 당선됐다. 수평적이고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현실이 됐고, 이로써 나의 목표는 모두 다 이뤄진 것”이라고 회상했다.

문 의장은 “그날이후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이제부터 내 인생은 덤이요'라고 말할 수 있다”며 “그런데 돌아보니, 덤치고는 너무 후한 정치인생을 걸어왔다”고 전했다.

문 의장은 “나의 정치는 '팍스 코리아나'로부터 출발했다.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팍스 코리아나'의 시대를 만들고 싶은 당찬 포부였다”며 “1980년대에는 정치 초년생의 꿈이었을 뿐 누구도 실현 될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 대한민국에 기회가 찾아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팍스 코리아나의 꿈을 실현하고 우뚝 서기를 염원한다”며 “몸은 떠나도 문희상의 꿈, 팍스 코리아나의 시대가 열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응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