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가 한국 소비 행태를 크게 바꿔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 관련 매출은 크게 줄고, 대형마트에가서 보던 장도 인터넷 주문으로 대체됐다.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성형외과는 특수를 누렸다.
21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하나카드의 개인 신용카드 매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를 분석해 발표했다. 올해 1분기 여행사, 영화관, 테마파크는 극심한 매출 타격을 입었다. 여행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화관과 테마파크도 각각 57%, 53% 매출이 급감했다. 항공사 매출도 반토막 난 것으로 확인됐다.
각 국의 입국제한에 따라 여행객이 크게 줄면서 면세점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했다. 특히 코로나19가 극에 달했던 지난 3월 한 달 동안 전년 동월에 비해 88%나 급감했다.
언택트 기반 소비행태가 대중화되면서 온·오프라인 쇼핑 매출도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 1분기 인터넷 쇼핑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 급증했다. 같은 기간 홈쇼핑 매출도 19%가량 증가했다.
반면 아울렛 매장(-31%), 가전제품 전문매장(-29%), 백화점(-23%), 대형마트(-17%) 등 오프라인 쇼핑 매출은 급감했다. 다만, 비교적 거주지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편의점(6%)과 슈퍼마켓(12%), 정육점(26%), 농산물매장(10%) 매출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연구소는 식재료를 구매해 집에서 조리해 먹는 홈쿡(집+요리) 현상 확산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술집 매출은 감소한 반면 주류 전문 판매점 매출이 20%가량 증가한 것 역시 집에서 술 마시는 '홈술' 현상의 일환으로 봤다.
의외로 특수를 누린 업종도 있다. 같은 기간 성형외과 매출은 9% 늘었다. 재택근무가 길어지고 등교 개학이 늦어지면서 시술이나 성형수술을 받으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수입신차 매출도 11% 증가했다. 국산 신차(-23%)와 중고차(-22%) 구매 금액이 감소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눌렸던 소비를 한꺼번에 하는 '보복 소비'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자전거 판매점 매출도 45% 증가했다. 감염병 전염 우려로 피트니스 센터 등 실내 운동은 기피하지만 야외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증가한 결과다.
1분기 신용카드 사용액은 큰 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매출 순감소 폭은 16조~18조원으로 추산됐다.
정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소비 심리가 위축돼 있고 긴급재난지원금도 식재료 등 주로 생필품 구입에 사용될 것으로 보여 업종 전반의 매출 정상화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여행, 항공, 숙박, 레저, 유흥업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