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도입이 벤처활성화를 위한 21대 국회 최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했던 벤처지주회사 설립 요건 완화 방침이 결국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대기업의 자본을 벤처투자 시장으로 이끌어낼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24일 여권 일각에서는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원칙을 일부 완화해 대기업이 직접 국내 벤처기업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간 벤처투자시장 안팎에서는 “유망 스타트업·벤처기업 육성과 인수합병(M&A) 등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벤처투자 시장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CVC는 창업기업에 자금을 투자하고 모기업의 인프라 제공을 통해 창업기업의 성장 기반마련을 지원하는 금융회사다.
국내에서는 일반지주회사가 CVC를 자회사로 설립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정부의 강력한 금산분리 원칙 때문이다. 공정거래법상 CVC는 금융 업종으로 분류돼 있다.
공정위는 2018년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을 통해 CVC 허용 대신 벤처 지주회사 설립 요건 완화로 방향타를 설정했다. 벤처지주회사의 자산총액 요건을 5000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대폭 낮추고, 지주비율 요건도 15% 낮추는 내용을 방안에 담았다.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벤처지주회사 설립 요건 완화를 추진한 것이다.
업계는 정부·여당 간 '금산분리 기준 완화'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분야, 디지털 뉴딜 등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벤처지주회사보다는 CVC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여당을 중심으로 더욱 힘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공정위는 6월 초까지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을 수정·보완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기존안'을 고수하는 쪽으로 의견이 기운 것으로 전해진다.
스타트업과 재계의 개선 요구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해외에서는 구글, 인텔 등 대기업이 CVC를 통해 벤처기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및 신기술 업종을 중심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의 CVC 투자가 활발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글로벌 CVC 투자금 총액은 매년 증가해 2013년 106억달러에서 2018년 53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투자 건수도 매년 증가해 2013년 1029건에서 2018년 2740건으로 5년새 약 38% 증가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많은 의원이 CVC 규제 완화에 우호적인 만큼 벤처지주회사보다는 지주회사의 CVC 허용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결국 벤처캐피털(VC)을 기존 금융기관 가운데 하나로 볼 것이냐 아니면 미래 먹거리 차원의 전략 투자로 볼 것이냐 여부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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