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네이버가 망중립성 2기 연구반 출범 두 달 만에 탈퇴한 것으로 확인됐다.
콘텐츠제공사(CP) 측 핵심인 이들 2개 참여사가 빠지면서 향후 망중립성 정책 결정 시 진영 간 대립이 극렬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복수의 연구반 참여자에 따르면 인기협은 지난 3월 두 번째 회의 직후 연구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인기협은 연구반 논의 방향과 결과가 어느 정도 예측돼 더 이상 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전달했다. 인기협 관계자는 25일 “내부 논의 결과 더 이상 연구반 참여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려 탈퇴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 네이버도 연구반 탈퇴 의사를 전달했다. 네이버는 자세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인기협과 비슷한 이유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2월 출범한 2기 연구반은 과기정통부와 학계, 이동통신 3사, 인터넷 기업, 정보통신 협회·단체 관계자 17명으로 구성됐다. 인기협과 네이버의 탈퇴로 CP 측에서는 카카오, 왓챠플레이, 코리아스타트업포럼(KOSFO)만 남았다. 카카오는 지난달 말 열린 3차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탈퇴 여부는 미정으로, 내부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연구반은 최종 결론을 내리는 자리가 아닌 만큼 일부 참여사의 탈퇴 여부와 관계없이 정상 가동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연구반 논의 결과는 망중립성 정책 결정에 중요 참고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탈퇴한 책임은 해당 참여사에 있다 하더라도 논의 과정에서 업계의 폭넓은 의견 수렴과 사회적 합의가 부족했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망중립성 2기 연구반은 5세대(5G) 이통 핵심 서비스인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관리형 서비스에 포함시킬지 여부가 쟁점이다. 관리형 서비스는 합리적 트래픽 차별을 허용하는 특수 서비스다. 인터넷전화와 인터넷(IP)TV, 음성 롱텀에벌루션(VoLTE)이 특수성을 인정받아 관리형 서비스에 포함됐다.
그러나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둘러싸고는 이통사 등 인터넷서비스제공사(ISP)와 CP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다. ISP 측은 5G 기술 진화에 따라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관리형 서비스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수 서비스에 사용되기 때문에 CP 측이 우려하는 기존의 인터넷 품질 저하도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 교수는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기술의 하나일 뿐 합리적이거나 불합리한 차별 여부는 향후 서비스 상용화 시점에서 논의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CP 측은 네트워크 슬라이싱과 망중립성 완화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점, 자칫 일반 인터넷 품질 저하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종 소비자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향후 논의에 시민단체도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5G 확산과 함께 '모든 콘텐츠를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망중립성 완화 논의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진영 간 싸움이 아니라 합리적 논의를 통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과기정통부는 25일 4차 연구반 회의를 진행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논의 방향 예측…더 이상 참여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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