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수많은 전문가가 코로나19 이전 세계와 확연히 다르고, 산업 측면에서는 세계 글로벌 공급망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공급망이란 부품 수급부터 제품 생산·판매까지 연결되는 일련의 체계를 뜻한다. 공급망 체계는 글로벌 시대가 되면서 자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 수요에 대응해 비용·거리·품질 등을 종합 고려, 세계 여러 나라에 거점을 두는 형태가 된다.
중국은 싼 인건비와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세계공장 역할을 충실히 해 왔고, 매년 눈부신 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소비 시장을 형성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공급망 거점이 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공장이 일시 정지되면서 부품 조달 문제가 발생, 세계 여러 나라의 조업이 중단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조사에 따르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에 거점을 둔 다국적 기업 가운데 본국 회귀를 검토한 곳이 80%였으며, 미국 애플만 하더라도 중국 내 위탁생산 시설 가운데 상당한 부분을 중국 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중심으로 형성된 공급망을 끊으려 한 것은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벌인 미-중 무역전쟁부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중국을 비롯한 주요 수출국과의 무역 적자를 줄이고 미국 밖으로 나간 공장을 되돌아오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기업의 유턴 촉진 기관인 리쇼어링이니셔티브에 따르면 2010년부터 9년 동안 총 3327개 기업이 미국으로 회귀했으며, 미국의 아시아 지역 수입품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67%에서 2019년 56%로 감소했다.
일본 역시 아베노믹스의 한 축으로 리쇼어링 정책을 적극 추진해 왔다.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자동차 기업 및 캐논 등 전자 기업이 이미 일본으로 공장을 옮겼다. 일본이 20년 만에 가장 낮은 실업률을 기록한 것도 리쇼어링 정책 덕분이란 분석이 있다.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가 리쇼어링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이유는 기업 이전만으로도 일거리 창출을 통해 내수를 크게 활성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국이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법인세 감면 등 각종 혜택을 내세워 더욱 적극 중국 공장의 본국 이전을 독려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문제는 리쇼어링이 강조되는 이런 상황이 보호무역주의 강화에서 기인하며,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우리 주요 산업인 반도체·자동차·조선 분야는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수출이 부진하면 해당 산업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과 지역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줘서 고용 환경이 악화한다. 게다가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를 경제안보 전략의 명분으로 삼아 연일 중국 책임론을 강조하고 있으며, 공급망에서 중국을 제거하기 위해 동맹국을 압박하고 있다. 만약 양국 간 패권 전쟁이 도를 넘어선다면 세계 경제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하게 되며,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심각한 경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정부는 스마트 제조 혁신을 기반으로 제조업 강국으로의 재도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성장이 점차 둔해지는 시점에서 스마트 제조 혁신은 중요하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공정과 제품 혁신, 세계 시장 개척, 유연한 사업 재편 강화에 힘써야 한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비즈니스 정책 발굴을 통해 기업 협업을 끌어내고, 부품 조달에서 제품 유통·판매까지 공급망 전반에 걸친 스마트 제조 혁신 정책 발굴로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정하 티라유텍 대표이사 jason@thiraute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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