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협력사 재고소진 호소에, 마진 포기한 롯데백화점

패션 협력사 재고 소진을 위한 롯데백화점 상생 나눔 박람회 행사
패션 협력사 재고 소진을 위한 롯데백화점 상생 나눔 박람회 행사

코로나19로 인한 백화점 중소 협력업체들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백화점 업계가 잇달아 상생 행사를 전개하고 나섰다. 협력사 누적재고 소진을 위한 대규모 판촉전은 물론, 마진율을 대폭 낮춰 고통 분담에도 적극 앞장서는 모습이다.

27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백화점 거래 중소기업 206개사 중 80.5%가 코로나19 확산 이전보다 경영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극심한 내수부진에다 확진자 방문으로 백화점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입점한 중소 협력사들도 타격을 받았다.

특히 의류·화장품 같은 기호성 상품을 찾는 수요가 줄며 대부분 패션업체는 산더미처럼 쌓인 재고로 인해 자금 유동성 확보에 차질을 빚고 있다. 백화점 거래 중소기업 절반가량이 가장 절실한 대책으로 '상품 판매확대 및 재고소진'을 꼽았다.

백화점들도 이 같은 입장을 반영해 협력사 재고 해소를 위한 다양한 상생 판촉행사를 전개하고 나섰다. 백화점 중엔 롯데백화점 행보가 가장 눈에 띈다. 패션업체를 중심으로 마진을 대폭 낮춰 고객몰이에 성공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일부터 닷새간 전국 6개 점포에서 총 63개 파트너사 124개 브랜드 참여한 상생 나눔 박람회를 열었다. 중소 패션 협력사 재고소진을 위해 진행한 이번 행사에서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0% 늘어난 20억원을 달성했다. 방문객수도 2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가장 부진했던 시점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매출과 고객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날 재고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던 까닭은 백화점이 마진율을 최대 50% 낮췄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행사에서 35% 안팎이던 판매수수료율을 10~15%포인트(p) 낮춘 특별 마진율을 적용했다. 협력사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유통사가 마진을 줄인 만큼, 협력사도 판매가를 최대한 낮출 수 있었다. 티셔츠와 셔츠 1만원 균일가 등 최대 80%라는 이례적인 할인율에 고객 몰이에 성공했다.

패션 협력사 재고 소진을 위한 롯데백화점 상생 나눔 박람회 행사
패션 협력사 재고 소진을 위한 롯데백화점 상생 나눔 박람회 행사

실제 중기중앙회 조사에서도 백화점 협력사 75.2%가 판매수수료율 인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들 업체의 희망 인하율은 평균 11.3%p였다. 롯데백화점 역시 1분기 영업이익이 82.1% 급감하며 타격을 입었다. 그럼에도 협력사의 빠른 재고소진을 돕기 위해 일부 마진을 포기, 최대 80% 할인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백화점도 27일부터 전국 점포와 아울렛에서 협력사 재고 소진을 돕는 취지의 '그랜드 바자' 행사를 열었지만 마진율은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신세계백화점은 20여개 식품·제조사 대상으로 릴레이 특별전을 진행하고 있지만, 패션 협력사를 위한 재고소진 행사는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재옥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은 “파트너사의 빠른 재고 소진을 위해 상생 박람회를 진행했다”며, “마진율을 낮췄을 뿐 아니라 판매된 상품 대금도 조기 지급해 파트너사 현금 유동성 확보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