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벤처투자 문화까지 바꾸고 있다. 초기 창업기업 발굴을 넘어 엔젤투자자의 초기투자 회수까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벤처캐피털(VC)까지 국내 바이오, 언택트 분야 기업에 투자를 위한 투자설명회(IR)에 참석하는 등 변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캐피탈협회는 28일부터 3개월 동안 토종 온라인 영상회의 플랫폼 '구루미'를 통해 매주 릴레이 온라인 IR를 실시한다. 이날 신의료제품 분야 기업 6개사가 10여개 벤처캐피털(VC)을 대상으로 IR에 나섰다. 뒤를 이어 언택트, 지역 스타트업, 규제자유특구 기업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업종의 스타트업이 IR를 개최하기로 했다.
28일 첫 온라인 IR에 참여한 기업은 지난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신의료제품 허가를 받은 바이오 업체다. △보툴리눔톡신 주사제를 개발해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임상을 계획하고 있는 이니바이오 △항바이러스 치료제 및 B형 만성간염 치료제 개발사 이뮨메드 △항악제 신약 개발업체 노웨어바이오 △심장질환 조기진단 알고리즘 개발업체 스마트 디아그노시스 △감염 예방 의료기기 업체 옵티메드 △인플루엔자 H7N9 백신 및 계절성 독감 백신 개발업체 차백신연구소 등이 참가했다.
이번 IR에는 국내 바이오 업체에 투자를 타진하고 있는 외국계 VC도 참여했다. 사우디아람코코리아 등 국내 주재 외국계 VC 3개사를 비롯해 UTC인베스트먼트, 유안타인베스트먼트, 한화투자증권 등 국내 바이오 심사역이 투자를 타진했다.
온라인 IR에 참가한 한 심사역은 “그동안 온라인 IR를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코로나19 이전에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 “기존 네트워크로는 만나기 어려운 기업과 접점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 이날 IR에서는 발표 기업 현황부터 시장 확대 전략, 사업성 등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이 오갔다.
중기부 관계자는 “국내는 물론 다수의 외국계 VC도 IR에 참여 의사를 밝혀 왔다”면서 “향후 수도권에 위치한 VC와 네트워킹이 어려운 규제자유특구 입주 기업, 지역특화 기업에도 IR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중기부는 다음 달에도 신의료제품, 언택트, 지역 스타트업 및 규제자유특구 대상 IR를 순차로 연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투자 수요가 많은 분야를 우선 IR 대상 업종으로 선정했다.
초기 기업 발굴뿐만 아니라 엔젤투자자와 액셀러레이터가 투자한 구주 매각을 위한 협상도 언택트로 속속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초기투자 기업에 대한 구주 매각은 후속 투자에 따른 기업 가치 산정 등의 이유로 제한된 범위에서만 이뤄지곤 했다.
개인투자조합 관계자는 “초기 기업이 후속 투자를 받아야만 엔젤투자 생태계에서도 자금 순환이 이뤄질 수 있지만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구주 매각을 위한 논의가 일절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이번 IR를 계기로 후속 투자 역시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