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컴퓨터와 모니터에도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시제도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제도가 적용되면 최저소비효율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은 국내 생산·판매가 금지되고, 1~5등급으로 구분해 에너지소비효율등급 라벨을 표시해야 한다. PC업계는 대기·소비전력 세부 기준이 확정돼야 한다면서도 등급표시에 따른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규제를 피해 고용량 파워서플라이를 활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28일 정부와 관련 기관에 따르면 한국에너지공단은 대기전력저감 프로그램 대상 제품인 컴퓨터와 모니터를 '대기전력저감 프로그램'에서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시제도'로 이관하기 위한 연구작업에 착수했다.
에너지공단에서 자체 검토를 거치고 이후 해외 사례 등을 취합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업계 의견을 수용한 후 세부 에너지소비효율등급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관련 작업을 오는 2022년까지 끝낸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에너지공단에서 자체 검토하는 단계”라면서 “이후 국제 기준 등을 취합하고 업계 의견을 취합한 후 기준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시제도는 제품 제조·생산 단계부터 에너지절약형 제품을 설계하고 판매하도록 하기 위한 의무 신고제도다. 에너지소비효율과 에너지사용량에 따라 효율을 1~5등급으로 나눠 표시한다. 에너지소비효율 하한치인 최저소비효율기준(MEPS)도 적용한다. 정부는 냉장고, 에어컨, 의류건조기 등 33개 품목에 이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시제도 대상에 포함되면 5등급 이하 최저소비효율기준 미달 제품의 경우 국내에서 생산·판매가 금지된다. 1~5등급으로 구분한 에너지소비효율등급 라벨도 제품에 표기해야 한다. 이 때문에 효율 등급을 구분하는 세부 기준이 중요하다.
에너지공단은 대기전력저감 프로그램 운용 규정에서 관리하는 컴퓨터·모니터를 바탕으로 세부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사무용 데스크톱 PC와 노트북, 60인치 이하 TV 겸용 모니터 등이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전력저감 프로그램 운용 규정에서는 파워서플라이 정격 소비전력이 500W 이하인 데스크톱 컴퓨터, 노트북 컴퓨터, 모니터 일체형 컴퓨터 제품이 포함된다. 단 서버 전용 컴퓨터, 워크스테이션 등은 제외된다.
모니터는 대각선 화면 크기 153㎝(약 60인치) 이하 디스플레이 스크린 제품이 대상이다. TV 겸용으로 쓰는 모니터 제품도 대상에 포함된다. 방송·의료 전용 모니터나 네트워크 모니터, 인터넷전화(VoIP) 등 특수 기능을 내장한 모니터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PC업계는 대기전력과 소비전력 세부 기준이 나와 봐야 한다면서도 등급표시제에 따른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제도 기준에서 벗어나는 500W 이상 파워서플라이를 적용, 규제를 피하려는 현상도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소 PC업체 한 관계자는 “과거 TV에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시를 적용할 당시 1등급은 대기업 제품만 가능할 정도로 기준이 너무 높아 문제가 됐다”면서 “이번에도 기준이 너무 높으면 중소기업은 어렵다. 적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PC업체 관계자는 “대체로 사무용 PC는 350~400W 파워서플라이를 적용하기 때문에 대부분 제도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면서 “파워서플라이 600W나 700W로 설계되는 제품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업부는 컴퓨터·모니터가 처음으로 에너지소비효율등급표시제도에 포함되는 것을 감안, 세부 규제를 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가장 낮은 단계인 5등급을 최소한의 기준으로 맞춰 우리 기업이 생산·판매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해서 적용할 것”이라면서 “이후 단계별로 기준을 상향하겠다”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정부, 2022년까지 세부방안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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