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많이 닮았다. 프롭테크 스타트업 빅밸류와 한국감정평가사협회 간 법리 다툼이다. 최근 감정평가사협회가 빅밸류를 유사 감정 행위로 고발했다.
양측을 취재해 보니 저마다 이유가 있었다. 어느 한쪽 사정의 팔을 들어주기가 어려웠다. 이들이 주장하는 논리는 결국 법정에서 검증될 것이다.
신구 플레이어 간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에도 첨예하게 맞붙은 타다-택시 갈등, 코로나19로 재점화된 원격의료 이슈가 있었다. 이번 갈등이 작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갈등은 반복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일련의 갈등 사태 밑바닥에는 '대체된다는 두려움'이 깔려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아이러니하게도 전통 일자리·직군 다수를 대체할 것이다. 대규모 노동력을 창출한 이전 산업혁명과는 다른 양상이다. 누군가에겐 혁신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생계를 앗아 가는 천재지변으로 작용한다. 만약 나 자신이 대체의 대상이 된다면 기꺼이 대의명분에 희생할 수 있을까.
결국 빅밸류와 감정평가사협회 간 다툼은 앞으로 무수히 겪을 사회 갈등의 축소판이자 예행 연습인 셈이다.
사업 철수를 택한 타다와 같은 전례가 또 생긴다면 창업계의 의욕은 크게 꺾일 것이다. 타다의 경우 시장에서 도태된 것이 아니라 제도권과의 정면충돌에서 힘에 부쳐 주저앉은 선례라 할 수 있다. 혁신의 위축은 소비자 편익 감소, 산업 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전통 직군에도 이러한 도전은 시사점이 크다. 오랫동안 쌓아 온 아성에 금이 가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전례를 살펴볼 때 여론에선 스타트업 입장을 동정하는 분위기가 적잖았다. 사회 신뢰 기준을 충족시키고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할 때다.
이번 갈등이 제로섬 게임으로 흘러가지 않길 바란다. 학습효과가 쌓이는 만큼 윈윈할 수 있는 방향을 찾을 때다. 상생 방안을 찾아 신생 기업과 기존 업계가 동반 발전하는 모범 확보가 시급하다. 그 표준이 한국에서 시작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