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충전해 놓지 않은 스마트폰을 발견하자 불안감이 엄습한다. 자동차 시동을 켜는데 배터리 교체 사인이 뜨자 걱정이 하나 늘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충분한 배터리 없이는 마음이 불편한 시대에 살게 됐다.
우리 주변에 흔히 알려진 배터리는 충전이 가능한 이차전지인 경우가 많다. 이차전지는 수십에서 수백번 반복해서 충전해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반해 한 번만 사용되는 일반 전지는 일차전지라 일컫는다.
19세기부터 등장한 이차전지는 여러 발전 단계를 거쳐 리튬이차전지에 이르게 된다. 리튬은 가장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지만 칼로 자를 수 있을 정도로 무른 금속이며, 물과 접촉하면 격렬한 화학 반응을 일으킬 정도로 위험하다.
1991년 일본 소니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리튬이차전지는 휴대폰과 노트북에 적용된 이후 사용 영역이 대폭 확장돼 현재는 전기자동차(EV),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도 활용되고 있다. 모양도 원통형부터 각진 형태까지 다양하다. 리튬이온을 활용한 대표 이차전지인 리튬이차전지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높은 출력 밀도를 보유한 환경 친화형 ESS로 알려져 있다.
리튬이차전지 산업은 완성품인 이차전지 셀과 이를 구성하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 4대 핵심 소재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일본 다음으로 이차전지 시장에 뛰어든 뒤 세계 최초로 중대형 리튬이차전지를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로 탑재했다. 세계 이차전지 기술을 선도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실제로 세계 이차전지 산업은 우리나라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중국 CATL·비야디(BYD), 일본 파나소닉 등이 주도하고 있다.
다만 한국전지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4대 핵심 소재 산업은 중국이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기타 공정소재 산업은 아직도 일본이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각국은 휴대형 전자기기와 전기자동차 등 기술 발전과 함께 이차전지의 중요성이 점점 더 부각되자 국가 차원에서 이차전지 분야를 전폭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30년까지 세계 1위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는 것을 목표로 이차전지 관련 분야 산·학·연·관이 힘을 모아 장기 계획 아래 큰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차전지 기술은 하나의 배터리 안에 좀 더 많은 에너지를 담는 것을 목표로 발전돼 왔다. 그래야 전기자동차 주행 거리를 늘릴 수 있고, 배터리 하나로 효율 높은 전기장치 구동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량 고성능화에 집중하다 보니 간혹 이차전지로 말미암은 화재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안전한 고품질 이차전지 개발을 위해서는 전지 제조사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과 협력하는 방안이 있으며, 안정성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는 전략도 필요하다. 이 전략 가운데 하나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고체 전해질 기반 차세대 전지다. 기존 전지에 사용되는 액체 전해질은 가연성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배터리 구성 요소 모두를 고체 물질로 대체한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연구자가 더 많은 에너지를 좀 더 오랜 시간 동안 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술 발전이 지속된다면 화재 위험성이 사라지면서도 작고 가벼운 대용량 배터리가 개발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동력원을 담당하는 에너지 박스인 이차전지를 통해 '전지전능'한 미래 사회를 꿈꿔 본다.
송준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이차전지 PD battery@kei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