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중립성 논의가 삐걱거린다. 네이버와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탈퇴했고, 카카오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검토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구반을 지속 가동할 방침이다. 그러나 콘텐츠제공사(CP)를 대변하는 협회와 주요 기업 없이 망중립성 논의는 진전이 쉽지 않다. 연구 결과를 정책 결정 근거로 활용하기에 무리가 따를 수 있다. 사회적 합의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탈퇴는 당사자 잘못이다. 연구반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지더라도 이견을 제시하기 어렵게 됐다. 지속적인 정보 확보, 의견 제시 차원에서 성급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연구반은 특정 사안을 연구하고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조직이다. 결론을 내리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데 망중립성 2기 연구반은 특정 방향을 정해놓고 논의가 이어졌다는 게 탈퇴사 주장이다. 특히 업계를 대변하는 인기협 입장에서는 결론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부담이 컸다고 설명했다. 자칫 협회가 망중립성 완화에 찬성했다고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결론이나 방향성이 결정돼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단순 시각 차이일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과기정통부와 이동통신사, 인터넷 기업 간 신뢰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인터넷 기업 등 CP 진영은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관리형 서비스(특수 서비스)에 포함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망중립성 예외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우려한다. 종국에는 망중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돼 인터넷 시장 불평등과 혼란을 초래하고 이용자 피해, 서비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 주장한다.
망중립성 유지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게 과기정통부 입장이다. 다만 5G 서비스 확산을 위해 망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 필요성을 검토한다는 설명이다. 이동통신 3사는 특수 서비스에만 합리적 차별을 허용하는 것인 만큼 기존 인터넷 서비스 품질과 가격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선 이들의 설명은 CP 진영에 신뢰를 심어주기에 부족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에 합리적 차별을 허용'하는 것과 '망중립성 유지'는 기본적으로 모순된 얘기다.
특수 서비스 도입 목적이 결국은 이통사 수익성 극대화라는 점은 이통사 주장에 진실성을 떨어트린다. 극장과 놀이동산이 차등 좌석과 퀵패스 등을 도입, 수익 향상을 꾀하는 것과 오버랩될 수밖에 없다. 모든 정책 목적은 '이용자'를 향해야 한다.
5G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시기상조라는 CP 진영 주장에 대해서도 구체적 반론을 제시했어야 한다. 5G 독립모드(SA)와 28㎓ 대역 상용화 이전까지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기협 등이 망중립성 논의를 이대로 포기한 것은 아니다. 외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망중립성 완화에 반대 의견을 제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으로는 과기정통부나 이통사와 신뢰를 형성하기 힘들다.
기술 발전에 따라 망중립성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용자 편의성 향상과 산업 발전을 위해 진영을 떠나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 밑바탕에는 상호 신뢰가 있어야 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