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 집단 감염 사태로 e커머스 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택배 수령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이 커지면서 자칫 온라인쇼핑 업계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각 업체는 추가 감염 방지와 소비자 고객 불안 해소를 위해 방역 강화 총력전에 나섰다.
1일 업계에 따르면 SSG닷컴과 이베이코리아, 11번가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e커머스 업계는 외부인 물류센터 출입을 전면 차단하고 식사 장소를 제한하는 등 고강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본 방역 지침을 대폭 강화하고 쿠팡 근무이력이 있으면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추가 조치도 취했다. 업계 특성상 단기 일용직이 여러 업체를 돌며 근무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쿠팡 물류센터 작업장 내 안전모와 사무용품 등에서도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 온라인쇼핑 전반에 소비자 불신이 고조됐다. 온라인상에선 혹시 모를 택배를 통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당분간 주문을 자제하겠다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그간 언택트 소비 수혜를 누려온 e커머스 업계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경쟁업체들도 당장 반사이익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불안감이 더 크다. 자칫 자사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매출 피해는 물론, 이미지 타격이 걷잡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조성됐다.
SSG닷컴은 온라인 물류센터 네오 3곳에 대해 외부인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협력업체 입·출입 기록과 체온 체크를 더욱 강화했다고 밝혔다. 하루 한 번이던 배송 차량 방역을 오전과 오후 2회로 늘리고 배송 기사에 손소독제와 마스크도 지급했다.
SSG닷컴은 쿠팡 물류센터 집단감염이 확산된 지난달 29일 새벽배송 매출과 주문건수가 전주대비 37%, 14% 늘어나며 반사이익을 누렸다. 쿠팡서 이탈한 고객 수요를 일부 흡수하는데 성공했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분위기다. 물류센터 동시간 근무인원이 300명에 달하는 만큼 집단감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판단이다.
SSG닷컴 관계자는 “네오센터는 물건이 직원 앞으로 찾아오는 GTP 시스템 등 자동화율이 80%에 달해 근무자간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서 “공용 공간인 입구와 탈의실 앞, 각 층별 내부 동선 곳곳에 열화상 카메라 배치해 체온 변화를 집중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ON도 물류 자회사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함께 하루 2회 사업장 방역을 실시하고 쿠팡 사태 이후 열화상 카메라를 추가로 설치했다. 손소독제·마스크 착용 등 개인관리 수칙을 강화하고 관련 교육과 비대면 배송 원칙도 준수하기로 했다.
동탄물류센터를 운영 중인 이베이코리아는 동선 체크리스트 작성을 강화하고 체온 체크도 하루 2번 실시한다. 경기 파주와 이천에 물류센터가 있는 11번가도 현장 직원들의 외부 식당 이용을 금지하고 구내식당이나 도시락을 이용하도록 조치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집단감염 사태가 e커머스 성장세에 지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오히려 이번 사태를 그간 놓쳐왔던 안전과 위생 문제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는다면 더 큰 도약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로 촉발된 비대면 소비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면서 “감염에 따른 소비자 불신은 기업 단위에 위기관리 문제이며 연간 20%씩 성장해온 e커머스 시장 판도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