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한 구석에서 그런 일이 터지다니!” 승승장구하며 유통업계의 판을 바꿔 나가던 쿠팡이 부천 물류센터에서 코로나바이러스에 일격을 맞았다. 코로나19 피해로 휘청거리는 쿠팡이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하길 바라지만 이미 110명을 넘어선 관련 확진자로 인한 충격은 예사롭지 않다. 작은 구멍을 막지 못한 결과다. 위험은 바이러스 감염만이 아니다. 바이러스의 무차별 확산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틈을 타 개인의 사생활 침해라는 부작용이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말미암아 개인의 사생활 침해가 심각한 사회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통신사와 신용카드사가 제공하는 위치정보, 접촉자 등 개인정보가 역학조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하지만 남용을 우려하는 전문가도 상당하다.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법을 개정한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근거 법이 있어 유럽에 비해 역학조사가 용이하다. 그러나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에 세심하게 주의하지 않으면 막을 수 없는 커다란 피해를 야기할 수도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발송하는 '안전 안내 문자'에는 '연령대·성별·지역·내외국인'이 포함돼 있고,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동선까지 공개한다. 이태원 클럽발 등 확진자의 감염 장소를 공개하기도 한다. 누군가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다. 역학조사에는 필요할 수 있겠지만 왜 성별과 내외국인 여부를 전 국민에게 공지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개인과 동선을 연계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공개정보를 최소화하고, 동선이 아닌 방문 장소 및 시간을 개인과 분리해서 발표하는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
이태원 클럽발 감염 관련 발표는 지나친 정보 공개로 개인의 삶을 침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감추고 싶은 정보가 공개되고, 사회의 눈총을 감수해야 하는 사람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성소수자를 포함해 모든 국민은 재산이나 배움 정도, 사회공헌도를 떠나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를 헌법으로 보호 받고 있다. 사생활은 자신이 직접 공개하지 않는 한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다. 생명 보호를 빌미로 발생한 사생활 침해는 정부가 조금만 더 세심하게 주의하면 생명 보호와 무관하게 막을 수 있는 작은 구멍이다.
역학조사를 위해 수집되는 정보의 철저한 보안도 요구된다. 정부는 정보 폐기, 정보보호 강화, 정보 접근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보 유출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발생한다. 당장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위급한 상황에서는 유난히 취약해진다. 개인 사생활 침해는 정신 건강을 해쳐 우울증 등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사회 갈등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심지어 이러한 피해가 극단을 선택하는 경우를 발생시키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코로나19 극복의 주역은 당연히 조용한 자원봉사자와 정부 정책에 호응해 사회적 거리 두기에 참여한 대다수 국민이다. 그들의 사생활 보호는 당연히 정부의 몫이다. 코로나19를 종식시키고 정상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에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면 개인정보 침해 등 커다란 피해로 발전 할 수 있는 작은 구멍 막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람은 병으로만 죽지 않는다. 인권 상실로 의한 정신 피폐는 죽음 이상의 불행이라 할 수 있다. 세심한 정책으로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은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정부에 내린 명령이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