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안전을 위한 철도통합무선망(LTE-R) 일부 단말기(무전기)가 성능이나 이상 유무 점검에 필요한 자가진단 장비와 연동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관 기관은 사업 제안 당시 통신 시스템의 '자가진단 기능'을 필수 요건으로 명시했지만 일부 단말기를 제외한 대다수 단말기가 자가 진단이 불가능한 상태다.
올해 초 서울교통공사가 발주한 지하철 4호선 LTE-R 구축 사업에 모토롤라가 제조한 단말기가 공급됐다. LTE-R는 열차·본부·역무원 간 통신을 위한 망으로, 철도 재난 시에는 재난안전통신망과 연동해 국민 안전을 지키는 공공안전망 가운데 하나다.
이 사업에 공급된 모토롤라 휴대용 단말기 대다수가 진단(DM) 장비와 연동되지 않는다. 모토롤라가 본사 정책상 단말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DM 포트를 개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DM 장비는 망 품질 분석, 제품 이상 유무, 고장 부위를 찾는 장비다. 즉 단말기가 DM 장비 연동을 지원하지 않으면 통신망을 제대로 분석할 수 없다. 문제가 있더라도 문제점 파악이 어려워 긴급 상황에서 통신이 안 되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지난해 신림경전철 통신 공사에도 당초 모토롤라 휴대용 단말기가 도입될 예정이었지만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나 국내 제조사 제품으로 변경됐다. 국내 제조사는 모두 휴대용 단말기와 DM 툴 간 연동을 지원한다.
모토롤라 단말기는 이보다 앞서 2018년 지하철 2호선 열차무선시스템 개량 사업에도 도입된 바 있다. 이때도 대다수 단말기가 DM 연동이 되지 않는 상태로 납품됐다.
주관 기관인 서울교통공사는 서울 지하철 2, 4호선 LTR-R 구축 사업 제안요청서에 자가진단 기능 등을 고려, 시스템 구축 방법을 제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자가진단 기본 방법인 DM 장비와 연동도 안 되는 휴대용 단말기가 현장에 공급된 것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일부 단말기만 DM 장비와 연동되는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서울 지하철 2, 4호선 LTR-R 구축 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2일 별도의 측정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무선환경 진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필요 시 DM 장비와의 연동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측정 앱은 DM 장비와 달리 음성 품질이나 다수 단말기를 연결한 음성·데이터 동시 측정 기능 등을 지원하지 못한다. 위성항법장치(GPS)와 연동한 실시간 위치정보 수집도 불가능하다.
모토롤라는 보안 정책상의 이유로 조달시장이라 하더라도 DM 연동 장비를 공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설령 문제가 발생한 이후 단말기 DM 연동을 해 준다 하더라도 본사 허가 등을 감안하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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