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에 근거자료로 활용할 연구가 편향성 논란으로 시작도 못 한 채 삐걱거리고 있다. 중립성과 대표성을 띠는 공동연구반 구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과학적 근거 분석 연구'가 두 차례 유찰에 이어 수의계약 역시 난항을 겪고 있다.
과학적 근거 분석 연구는 세계보건기구(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근거와 과정 그리고 국내외 기존 연구를 검증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 공동 추진하지만 용역 발주, 낙찰자 선정, 전반 관리는 복지부가 담당한다. 연구 결과는 향후 국내 도입 여부를 검토할 때 객관적 판단 근거로 쓰일 예정이다.
당초 3월 사업자를 선정, 240일간 연구를 거쳐 12월 최종 보고서를 제출받을 계획이었다. 단독 응찰을 이유로 두 차례 유찰됐다. 현재 계약 상대방을 임의로 선정하는 수의계약이 가능한 상태다.
A교수와 B교수가 팀을 꾸려 단독 응찰했다. 11월까지 연구가 마감돼야 하지만 유찰과 코로나19 여파로 선정이 연기된 점, 다른 응찰자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 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심사에서 격렬한 논쟁과 영향력 싸움 끝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채택하지 못했다. 연구설계에 편향적 진영논리가 다분하다는 이유다. 공중보건의료분야만 부각한 점도 문제가 됐다.
두 교수 모두 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을 찬성하는 대표 기수다.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연구를 해왔다.
이에 민관협의체 중립성과 대표성을 띠는 공동연구반 구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험과 관측을 통한 귀납적 결론은 연구설계자 가치와 문제에 관한 관심 정도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반증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그래서 반증을 제기하고 증명하고 다시 반증하는 연구설계와 조사를 할 수 있도록 연구 용역이 아닌 공동 연구반을 꾸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연구에 실린 부담감도 공동 연구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 논의과정에서 판단 근거로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 연구주제가 민감하고 시간이 부족해 섣불리 참가하기엔 부담이 크다. 이는 단일 응찰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협의체 내 연구반이라면 연구자 부담을 줄여 제대로 된 분석 연구가 이뤄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은 “학자마다 입장이 다른 만큼 논란이 큰 주제여서 누구나 수긍할 수 있을만한 결과를 이끌어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각 논리를 대변할 수 있는 연구진으로 공동 연구반을 꾸려 연구설계부터 새롭게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국무조정실이 게임계, 의료계, 법조계, 시민단체, 정부로 민관협의체를 꾸린 건 논의 속에서 조정된 의견을 만들라는 의도”라며 “공동 연구반을 설립하는 것이 용역보다 취지에 더 잘 맞을 것”이라고 전했다.
게임이용장애를 담은 WHO 국제질병사인분류코드 11차개정판(ICD-11)은 2022년부터 효력을 가진다. 권고 사항일 뿐 강제력은 없다. 각국이 수용할 때는 세부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국내도입은 통계청이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정을 논의하는 2025년에 결정된다. 민관협의체는 그때까지 국내 도입 여부,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해 논의한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