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사업자 수익이 '급전직하'했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 등 정부가 발표한 에너지전환이 태양광으로 쏠린 결과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은 급락했고, 값싼 중국산 태양광 모듈이 활개를 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국정 운영계획에 명시했던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RPS) 비중 확대를 해결하지 못한 게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환경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그린 뉴딜'까지 공식화한 가운데 이제라도 법률 개정 등 구체적인 계획을 토대로 에너지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REC 하락 반사이익 보는 중국 업체
3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일 기준 REC 현물시장 가격은 4만4400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 1월 평균 거래가격이 11만원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3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REC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했다는 증명서다. 태양광 사업자의 경우 생산 전력을 전력도매시장가격(SMP)에 판매하고, RPS가 있는 발전소에 REC를 추가 매도해 수익을 올린다.
REC 가격이 급락한 이유는 공급 과잉이다. 앞서 정부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20%까지 늘리는 '재생에너지 3020'에 이어 작년 6월 이를 2040년 30~35%까지 확대하는 제3차 에기본을 발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보급이 쉬운 태양광으로 무게 중심이 쏠렸다. 한국전력공사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2017년 1만976㎿에 불과했던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용량은 지난 3월 1만6702㎿로 152% 넘게 급증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태양광 설비다. 태양광 사업자 범람으로 REC 판매 경쟁이 붙었고 가격 하락으로 직결된 셈이다.
반사이익은 중국 업체가 얻고 있다. 태양광 사업자들이 REC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 보전과 설비 투자 회수기간 단축 등을 이유로 값싼 중국산 모듈로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산 모듈은 국산 제품보다 W당 30~40원이나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는 2019년 기준 78.7%에 달했던 국내 국산 모듈 점유율이 올해 1분기 급락했을 것으로 전망한다.
태양광 업계 한 관계자는 “REC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데 언제까지 비싼 국산 태양광 모듈을 쓰겠느냐”면서 “출력 보증 등 국산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중국산이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중국 태양광 모듈 업체는 고출력 및 양면형 모듈로 시장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메이저 회사인 제이에이(JA)와 진코(Jinko), 롱지(Longi) 등은 한국 지사까지 냈다.
한 태양광 업체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공격 마케팅을 한다면 국내 태양광 모듈 업체는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법 개정·PPA 도입은 요원
REC 가격 하락을 안정화하는 대안으로는 RPS 비율 확대가 꼽힌다. 한국수력원자력·남동발전·남부발전·중부발전·동서발전·서부발전 등 RPS가 있는 발전소가 REC 구매를 더욱 늘리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정부가 공식화했던 사안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2030년까지 RPS 비율을 28%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제자리걸음이다. 신재생에너지법 개정 사안이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법은 RPS 비율을 10% 이내로 못 박고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이 비율을 법률에 위배되지 않는 선까지만 확대하는데 그쳤다.
또 다른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법을 개정하고 시행령에 연도별 RPS 비율 목표를 제시하면 그만”이라면서 “정부와 국회가 법 개정 및 국정운영 계획 실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력구매계약(PPA) 도입 가능성도 낮다. PPA는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가 소비자와 직접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제도다. 태양광 사업자가 전력 구매를 원하는 사업자와 ㎾h당 얼마에 전력을 공급하겠다고 계약을 체결하는 식이다. 기존 태양광 사업자들로는 SMP+REC와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전력을 판매할 수 있어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난다. 재생에너지 전환 수요를 이끌 복수 대안으로 기대됐다. 정부는 이를 의식, 제3차 에기본에 'PPA 도입 검토' 문구를 추가했었다.
하지만 산업부는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태양광 등 발전 사업자가 판매 사업까지 겸업할 경우 전력판매 독점권을 갖고 있는 한전 지위가 흔들리는 것을 우려, 미온적이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선 그린 뉴딜까지 추진하는 정부가 땜질식 처방 아닌 재생에너지 전환 관련 큰 로드맵과 구체 계획을 재수립,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에너지 분야 최상위 법정계획인 제3차 에기본에 재생에너지 육성과 관련한 구체 실행 계획이 없다”면서 “정부가 에너지전환을 주도하려면 유한한 역량과 자원 등을 단계별로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 가용할지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법 개정·PPA 등 제도 정립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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