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리 모인 유통 대표단 “납품업체 수수료 낮추고 판촉비 지원”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유통-납품업계 상생협약식 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했다.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유통-납품업계 상생협약식 후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했다.

대형 유통업체들이 올해 열리는 모든 할인 행사에 납품업체 판매수수료를 인하하고 쿠폰·광고 등 판촉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백화점·마트 등 전통 유통채널뿐 아니라 새로운 소비채널로 급부상한 e커머스도 참여해 실효성을 높였다. 이번 결정으로 납품업체는 원활한 재고소진을, 소비자는 높은 할인 혜택을 받게 됐다.

4일 국내 유통기업 13개사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소 납품사 상생협력안을 밝혔다. 공정위는 할인 행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유통업법 가이드라인을 한시적 완화하고, 각 업체는 납품사 수수료 지원을 통해 실질적 가격 할인을 보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롯데와 신세계부터 쿠팡, 무신사까지 국내 유통업을 대표하는 13개 업체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특히 이번 상생협약에는 사상 최초로 SSG닷컴, 쿠팡, 마켓컬리, 무신사 등 e커머스 업체가 참여했다.

이날 온라인쇼핑협회장으로 참석한 변광윤 이베이코리아 대표는 “정부의 빠른 대처로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일부 재유행 우려와 소비 위축으로 국내 유통산업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중소 협력사의 어려운 상황을 같이 극복하기 위해 e커머스 업체도 이번 상생 협약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선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임대수수료를 정률로만 부과하고 최저보장수수료를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특히 백화점 5개사는 동행세일에서 할인율 10%당 판매수수료를 1%포인트(p)씩 인하한다. 2500여 중소 납품업체에 183억원 상당의 수수료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무이자 또는 저금리로 자금도 지원한다. 대형마트 3개사도 처음으로 이번 행사에서 판매수수료를 최대 5%p 인하한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상품대금도 조기 지급한다. 백화점들은 2210억원 규모의 상품대금도 당초 약정 일자보다 30일 정도 앞당겨 조기 지급해 납품업체 자금 유동성을 담보할 방침이다. 대형마트 역시 상품 대금 지급일을 현행 월 마감일 40일 이내에서 최소 10일 이내까지 대폭 단축한다.

e커머스 업체들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 납품사 재고 소진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다. 온라인 배너를 통한 판촉 광고를 지원하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대량의 할인쿠폰을 제공해 소비 진작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쿠팡은 패션 카테고리 신규 입점업체 판매수수료를 최대 60% 인하하고 750억원 상당의 판매대금을 2주 조기지급하기로 했다. 무신사는 납품 6개월 전 생산대금을 선입금(연 500억원 규모)하고, SSG닷컴은 판매대금을 열흘 이상 단축해 지급(최대 517억원)한다.

특히 세일 행사를 위한 쿠폰을 e커머스 부담으로 발행한다. SSG닷컴은 동행쿠폰 명칭의 더블쿠폰을 28억원 지원하고, 마켓컬리는 10만명 이내 고객에게 3억원 규모 동행쿠폰을 발급한다. 인터파크는 동행세일 도서상품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배너 노출과 광고비도 지원한다. SSG닷컴은 메인페이지에 광고 노출을 지원하고, 쿠팡은 메인배너, 띠배너 등을 지원한다. 마켓컬리는 메인 사이트에 이벤트 카테고리를 신설하기로 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 뿐 아니라 산업구조변화에 대응한 유통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생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유통업체는 납품업체가 판매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납품업체는 소비자에게 좋은 조건으로 상품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통업계가 약속한 최저보장수수료 제도 개선, 판매수수료 인하, 대금 조기 지급, 광고비 지원은 납품업계가 위기상황에서 간절히 원하는 사항”이라며 “이번 상생 협약이 상호간 신뢰를 쌓는 상생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