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6개월 쉬어 갑시다."

지난달 20일 고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된 등교수업이 이달 8일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6학년을 마지막으로 유치원과 초·중·고교 전체로 확대된다. 각지에서 집단·지역 감염 사례가 발생하고 있지만 교육 당국은 예정된 등교 일정을 지켜 가고 있다. 학교 주변에 확진자가 나오기라도 하면 등교 후 조기 귀가하거나 등교 자체를 취소하는 사례가 하루에도 몇 백건씩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제대로 된 등교수업을 진행했다는 사례는 들어 보지 못했다. 학부모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건 당연하다. 1학기 등교수업을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학부모 가운데 한 명으로서 '왜 등교를 하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런데 어디에서도 명확한 답을 듣거나 찾지 못했다. 의문은 지난 3~4월에 거론되던 9월 학년제에 대한 논의가 사그라진 상황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졌다. 왜 9월 학년제가 안 될까? 궁금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 봤다. 논란이 된 부분은 예산이었다. 길게는 12년, 10조원의 예산이 든다는 점을 들어 사회 비용 문제가 가장 크게 지적됐다. 대부분의 근거는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14년 보고서에 기초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10조원의 사회 비용은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보고서는 입학 시점을 6개월 앞당기는 것을 전제로 작성됐다. 당연히 비용도 제도 전환 첫해에 2개 연령을 수용해야 한다는 가정에서 교실 증설, 교원 증원 등을 기반으로 추산했다. 큰 전제는 풀렸다. 그럼 현실은 어떨까. 온라인 수업 등으로 학사 일정을 끌고 가지만 사실상 1학기는 거의 모든 게 사라졌다. 멀리 찾을 것도 없이 우리 아이들이 그렇다. 2학기도 정상적 학업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1학기보다 혼란은 적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다.

연말까지 1학기 과정을 운영하고 2학기를 내년 상반기로 끌고 가는 방안이 자유스럽다. 자연스럽게 9월 학년제로 연결하면 된다. 연말까지 확보한 시간은 온·오프라인연계(O2O) 교육 등 새로운 학습 환경을 시험하는 등 코로나19 이후의 새로운 교육 환경을 시험하고 수정해 가는 데 활용하면 된다. 부족한 학사 일정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고3 수험생에게도 시간을 벌어 줄 수 있다.

학교 문제만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기업도 어려운 경영 상황에서 무리하게 신규 고용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 미뤄진 대학 졸업생 일정에 맞춰 내년 상반기에 신입사원 공채 등을 진행하면 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온라인 시험 등 묘수를 찾지 않아도 된다. 그때는 경영 상황도 지금보다 나아졌을 것이다. 9월 학년제의 또 다른 장점은 이미 많은 곳에서 언급했기 때문에 굳이 재론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전환 과정에 예기치 못한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변수는 이미 수도 없이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를 계기로 그동안 미뤄 온 '9월 학년제'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최근 진행되는 무리한 등교 일정을 보면 '누구를 위해'라는 의문이 든다. 교육 당국이나 학교, 이와 관련된 관계자만 보인다. 억지스럽다. 학생이 보이지 않는다. 교육의 모든 것은 학생을 위해 존재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학생의 건강과 안전이다. 오늘 첫 등교한 작은 딸과 8일 등교할 큰 딸이 걱정된다. 코로나19 이전의 학교생활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이 교육을 받길 원한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했다. 그냥 사회 전반이 6개월 천천히 가면 안 될까.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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