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소부장 자립' 견제 일본...소재산업 혁신 추진

일본이 범정부 차원의 소재 산업 혁신에 나섰다. 최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국산화에 속도를 내는 경쟁국에 맞서 전통 소재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지키기 위한 포석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미-중 무역 마찰로 글로벌 밸류체인(GVC)이 급속히 재편되는 가운데 한·일 양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소재 기술 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경제산업성과 문부과학성이 공동 구축한 '머티리얼(소재) 혁신력 강화 전략 준비회의'는 최근 정부 전략 보고서를 공개했다. 주요 산업과 기술 혁신 부문에서 물질(소재)·재료·디바이스 등을 망라한 머티리얼 중요성이 커지고, 후발 국가 추격에 따른 위기감이 확산함에 따라 혁신 전략 마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일본 수출 산업에서 핵심인 머티리얼 부문의 대처가 향후 경제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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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성·문부성 준비회의에 참여한 일본 산·학·연·관은 머티리얼 혁신을 위해 향후 10년 동안 추진해야 하는 4대 전략의 방향을 도출했다. 머티리얼 연구개발(R&D) 플랫폼 정비를 시작으로 △중요 소재 기술 및 상용화 전략적 추진 △머티리얼 혁신 생태계 구축 △관련 인재 양성 및 확보를 꼽았다. 보고서는 “산·학·연에서 확보한 고품질 데이터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일본 전체 머티리얼 플랫폼을 정비한다”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접목해 '재팬 모델'을 확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주요국 정부와 기업이 머티리얼 부문에서 추진하는 전략 강화 정책을 망라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소부장 국산화 정책에 주목한 것이 눈에 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지난해 9월 소부장 자립을 목표로 총 2179억원을 투자한다는 발표를 했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단행한 3대 품목의 수출 규제를 계기로 시작된 우리 정부의 움직임이 일본에 위협적으로 보인 셈이다. 한국이 2018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마련한 '미래소재원천기술확보전략'에서 30개 미래 소재를 선정한 것과 제3기 국가나노기술 지도에서 70개 나노기술 육성 방안을 제시한 것도 주요 동향으로 봤다. 이 외에 미국의 반도체 투자와 이에 대항한 중국의 반격, 유럽 지역의 머티리얼 산업 육성 정책 등을 병기했다.

보고서는 “세계 주요 국가는 자국의 특징·강점을 최대한 활용한 머티리얼 투자를 크게 강화하기 시작했다”면서 “글로벌 기업이 신규 사업을 위해 하드웨어(HW) 시장에서 대형 인수합병(M&A)을 가속하고 있는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