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산업에 몰아치는 변화의 동인은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의 발전이다. 지상파 방송도 예외일 수 없다. 특히 국내는 더욱 그렇다.
MBC 사장이 수신료 지원과 금기시돼 오던 자사의 공영방송 성격에 대해 공식적으로 얘기한 것만으로도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또한 지역 민영방송의 맏형 격인 SBS도 종합편성채널로의 전환에 대해 고민한다는 점에서 지상파 방송의 어려움과 위기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한편으로는 지상파 방송이 꿈꿔 온 양방향 서비스를 통한 플랫폼 구축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ATSC 3.0 기술표준으로, 표준을 적용한 차세대 방송을 새로운 시대의 TV라는 의미의 'NextGen TV'라고 명명하고 있다.
미국 지상파 방송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도 기술표준 작업을 진행해 왔다. 2017년에는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았다.
지금은 시험서비스를 넘어 미국 각 도시에서 정식으로 서비스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스펙트럼은 원래 32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계획했지만 코로나19로 늦춰져 지난달 말 라스베이거스를 필두로 주요 도시에서 서비스를 개시했다. 내년 CES 2021에서는 본격적으로 ATSC 3.0 기반 서비스를 보게 될 것이라고 한다.
ATSC 3.0은 기존 방식이 아닌 인터넷(IP) 기반으로 방송서비스를 제공한다. UHD 4K 및 HDR(High Dynamic Range)뿐만 아니라 IP 특성을 살려 주문형비디오(VoD), 타깃광고, 타깃 콘텐츠 등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를 지원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를 통해 콘텐츠를 동시에 전달하는 것을 넘어 IP 특성을 살려 타깃을 정해 타깃에 필요한 콘텐츠나 광고를 전달할 수 있다. 나아가 스마트폰 같은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양방향성은 유선을 통한 IP 기반에서나 가능해 케이블TV 또는 IPTV에서 단방향 방송(broad+casting)과 차별화를 내세우며 제공됐다. 그러나 이제는 지상파 방송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지상파 방송도 이른바 가상의 유료방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많은 방송사가 ATSC 3.0을 이용해 전통적 방송에만 초점이 맞추고 있다. 앞으로는 ATSC 3.0 기술을 이용해 5세대(5G) 이동통신 에코시스템의 일부가 돼 5G 네트워크와 연결할 수 있다는 것에도 주목해야 하는 점이다. ATSC 3.0으로 이른바 'Broadcast Internet Services'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적 측면과 사업자 측면에서 고민해야 할 게 있다. 지상파 방송이 전통적 방송 이외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는 정책적 뒷받침과 법·제도 정비를 해야 한다.
IP 기반 ATSC 3.0은 지상파 방송에 이른바 '플랫폼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만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지상파 방송의 직접 수신율이 극히 낮은 국내 방송환경에서 유료방송과의 경쟁인 동시에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만 한다.
완전한 양방향성 구현을 위해서는 인터넷 사업자를 포함한 다른 사업자와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통적 콘텐츠 강국인 지상파 방송이 경쟁사와 과감하게 연합해서 어떠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꿈을 현실화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가는 발판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 시발점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 온 모든 것에 대한 발상의 전환일 것이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