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코리아가 코로나19 국면에서 마련한 자동차 탁송약관을 자진 삭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 조치를 권고한 직후에 취한 조치다. 전기자동차 시장 약관을 심사해서 개선한 사례는 세계 경쟁 당국 가운데 최초다. 당국은 탁송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는 부분 외에 자동차 인도 이후 사업자 책임을 배제하는 약관도 조사하고 있다. 다른 자동차업체가 테슬라와 유사한 약관을 사용하고 있는지 여부도 살필 계획이다.
테슬라코리아는 최근 소비자에 자동차를 인도하는 '탁송계약'에서 사업자 책임을 배제하는 조항을 삭제했다. '탁송 중 발생하는 손해를 소비자에게 부당 전가하는 조항'이라는 공정위의 시정 조치를 수용한 것이다. 조항은 테슬라코리아가 코로나19로 말미암아 고객 대면을 줄이기 위해 마련했지만 탁송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책임을 지지 않는 등 불합리하다는 소비자 불만을 샀다.
테슬라코리아와 전기차 구매 고객 간 계약서를 살펴보면 '귀하의 신차를 본 계약과 자동차 구매 계약에 따라 귀하에게 배송하는 과정에서 귀하 또는 제3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비용이나 손해에 대해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당사는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포함된 책임 외 다른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고 적시돼 있다. 탁송 과정에서 파손 등 문제가 발생하면 고객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명시해 놨다.
시정된 테슬라코리아 탁송약관 이외에도 공정위는 테슬라가 사용하는 계약서 약관 전반에 걸쳐 살펴보고 있다. 특히 '자동차 구매 계약 약관'의 불공정한 '사업자 책임 조항'을 심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심사 잣대로 사용하는 '약관심사 지침'을 적용할 경우 구매약관 가운데 '자동차 인도 기간 이후 발생하는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조항이 개선될 가능성이 짙다.
테슬라코리아의 '일반 구매계약 상세조건'에 따르면 '귀하는 해당 인도 기간(당사가 승인하는 연장 기간 포함)이 경과된 후 발생하는 차량의 손실 및 손해의 위험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한다'고 적시돼 있다. 약관 심사 지침에서는 사업자는 일방적으로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할 수 없다. 거래상 책임이 발생한 경우 사업자의 책임 범위를 법 규정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축소시키는 약관 조항이나 법률상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이전시키는 조항은 무효다.
당국은 테슬라와 유사한 약관을 활용하는 다른 자동차 회사 약관도 살펴볼 방침이다. 국내 상용차와 유럽 수입차 업체에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7일 “개별 사건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면서 “불합리한 약관이 여타 자동차회사에서 발견되면 자진 시정 조치를 요청하겠다”고 설명했다. 테슬라는 미국 본사 지침을 따른 데서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코리아는 “본사 영문 약관을 번역해 사용하다 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서 “구매계약서 약관도 적극 협의해서 반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
공동취재 박진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