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역에서 차로 20분정도 떨어진 유성 테크노밸리. 우리나라 첨단 기술의 중심과 같은 이곳에서 전기차 시대 주목받을 기술을 개발 중인 배터리 벤처기업이 싹을 틔우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민테크'. 2015년 설립된 이 회사는 배터리를 진단, 검사할 수 있는 기술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배터리 회수 및 재사용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수명이 통상 8~10년인 전기차 배터리는 충·방전을 거듭하다 보면 성능이 70~80%로 떨어진다. 이때 배터리는 폐배터리로 분류된다. 실제로는 더 쓸 수 있지만 버려지는 것이다. 이는 심각한 사회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날수록 버려지는 배터리도 많아져 자원 낭비와 환경오염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배터리 재사용은 해결해야 할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양질의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나 모빌리티 기기에 다시 활용하기 위한 재활용 기술과 산업이 꿈틀대고 있다. 배터리 재사용은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해 2030년이면 규모가 50조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민테크는 배터리를 다시 쓸 수 있는지, 없는지 판별하는 진단 기술을 보유했다. 특히 빠르고 간편하게, 또 1000V 고출력 배터리도 측정할 수 있는 기술로 차별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에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서 배터리 품질을 따졌다. 이 시간이 15~20시간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민테크는 검사 시간을 20분으로 줄였다. 교류 전압이나 전류를 인가했을 때 반응하는 임피던스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각 셀의 상태와 출력, 용량 수명, 충전량 등을 확인하고 최종 배터리 등급을 매긴다.
홍영진 민테크 대표는 “배터리를 재사용하는 문제인데 진단이나 해체, 재구성하는 비용이 비싸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며 “진단 정확성뿐 아니라 비용절감에도 집중했다”고 말했다.
민테크의 기술은 업계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전기차가 보급된 제주도(제주테크노파크)에 민테크의 진단시스템이 적용됐고, 한국전력과는 ESS 배터리 성능진단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국내 자동차 대기업, 벤처기업과 재사용 배터리를 활용한 이동형 충전시스템 등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설립 5년에 불과한 신생 벤처가 굵직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배경은 바로 구성원의 힘이다. 홍 대표는 한때 국내 4대 휴대폰 업체였던 VK에서 전지사업부장을 역임했고, 배터리 관련 연구 업력만 20년이 넘는다. 회사 임직원들도 배터리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민테크는 이제 막 발을 뗀 벤처로 지난해 매출은 10억원이다. 하지만 배터리 진단 기술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이 업체를 찾는 발길이 늘어 올해 매출은 50억원이 예상된다.
민테크는 배터리 진단 기술을 더욱 발전시킬 계획이다. 진단 수요는 수명을 다한 배터리 외에도 전기차나 ESS 등에서 필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응용처가 다양한 만큼 기술을 개선, 발전시킬 방침이다.
홍 대표는 “고전압 배터리 진단하는 기술은 난도가 매우 높지만 기술 영역은 이제 한고비를 넘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장비 개발의 다음 단계인 데이터 축적과 분석으로 앞으로는 딥러닝과 인공지능으로 배터리 상태를 진단하는 기술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