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9일 낮 12시를 기점으로 청와대 핫라인을 포함한 모든 남북 간 통신연락 채널을 차단했다. 대남 업무를 남측을 적으로 규정하는 '대적 사업'으로 바꾸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정부는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채널이 유지돼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는 별도의 입장 발표 없이 북한 의도를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 버리는 조치를 취함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6월 9일 (낮) 12시부터 북남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유지해 오던 북남 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북남 군부 사이의 동서해통신연락선, 북남통신시험연락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폐기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통신은 지난 8일 북한 대남사업 부서가 참여한 사업총화회의에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중앙위 부위원장이 이 같은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했다.
통신은 또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죗값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단계별 대적사업 계획들을 심의했다. 우선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 연락선들을 완전히 차단해 버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과 더는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통신연락선 차단·폐기는) 남조선 것들과의 일체 접촉공간을 완전격폐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첫 단계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이보다 앞서 김여정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담화를 통해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한 바 있다. 당시 우리 정부를 향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응분의 조치를 하지 않을 시 연락사무소 폐쇄,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 9일 현재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 및 함정 간 국제상선공통망(핫라인) 등 남북 간 연락채널은 북측 무응답으로 모두 먹통이 됐다.
북한이 통신연락선 폐기가 '첫 단계' 조치임을 밝히면서 남북관계 역시 중대한 기로에 놓이게 됐다. 북한이 남북 간 적대 행위 중지를 명기한 9·19 군사 합의를 파기하고 대남 군사 도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연락채널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과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간 통신선은 소통을 위한 기본 수단이기 때문에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유지돼야 한다”면서 “정부는 남북 합의를 준수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와 관련, “미국 측과 상시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다른) 관련국과도 필요에 따라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정부의 입장 발표로 갈음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도 소집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일부 발표를 참고해 달라. 정부는 통일된 입장을 통일부를 통해 밝혔다”고 말했다. 청와대 핫라인 단절 여부에는 “정상 간 소통채널에 대해서는 확인해 주기 어렵다는 점을 양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