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데이터청'을 화두로 던졌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데이터부 또는 데이터청을 신설해 데이터를 통합 관리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데이터경제 견인을 위해 데이터청을 설립하고, 이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제출하겠다고 응수했다. 여야가 데이터 컨트롤타워 필요성에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데이터 경제 활성화가 어느때보다 시급한 상황에서 데이터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진다. 그러나 이미 데이터 관련 부처별 역할이 자리를 잡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별도 독립 기구가 마련된 상황이다. 별도 데이터청은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와 데이터청 설립 논의는 갈 길이 멀다.
◇데이터 산업 활성화 위해 '데이터청' 필수
미래통합당과 여의도연구원 등은 공공데이터와 민간 데이터를 통합,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주도적 역할을 책임질 데이터청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여의도연구원이 11일 주최한 긴급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데이터청 필요성에 공감했다.
민간과 공공에 흩어진 데이터를 통합하기 위해 데이터청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윤지영 이화여대 초빙교수는 “지금까지 데이터 관리는 부처별 혹은 민간기업과 유사한 종류 데이터 결합·분석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찾는데 초점을 뒀다”면서 “타 부처 간, 타 기업 간 성격이 다른 데이터도 유용한 가치를 지닌 데이터로 결합되도록 이끌어야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어 “데이터를 합리적으로 수집하고 표준화된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데이터청이 컨트롤타워가 돼야한다”고 덧붙였다.
데이터청이 데이터 거래를 주도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진욱 변호사(한국IT법학연구소장)는 “데이터청은 데이터 거래를 위한 인적·물적·제도적 기반 조성을 전담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면서 “이용자가 자신의 정보 제공 등을 통해 기여하는 만큼 경제적 보상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데이터 기여 보상제' 법제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 같은 내용은 담은 '(가칭)데이터 거래 및 유통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집행기관으로 데이터청을 설립해야한다고 제안했다.
한국데이터산업협회는 데이터청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국가미래청'으로 명칭 조정 의견을 제기했다.
조광원 한국데이터산업협회장은 “데이터 중요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더욱 혁신적으로 수행하는 리딩 조직이 필요하다”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디지털 전환 변곡점에서 4차 산업분야 추진체계가 동반돼야하는 만큼 데이터에 국한 짓기 보다 '국가미래청'으로 명칭 조정도 제안한다”고 말했다.
◇데이터청 신설, 역할 논의 선행돼야
별도 데이터청 신설은 불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우리나라 공공데이터는 행정안전부, 민간데이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도해 정책을 만들고 집행한다. 국무총리 산하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가 민간 공동위원장을 선임, 공공과 민간 데이터 관련 정책을 주도한다. 올초 데이터3법 통과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장관급으로 격상하면서 데이터 보안과 활성화 관련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됐다.
한 부처 관계자는 “이미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마다 데이터 관련 인력과 예산을 확보해 주도적으로 정책을 펼치는 중”이라면서 “8월 출범하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방송통신위원회처럼 민관데이터 관련 정책을 이끌도록 정해진만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상과 규모를 더 키우는 방향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별도 청 설립은 오히려 또 다른 규제 기관을 만드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데이터청은 신설 조직이라 인력과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본부에서 청으로 승격한 질병관리청의 경우 코로나19라는 전 국민 공감대가 있었기에 빠른 속도로 승격 추진이 가능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데이터3법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부처급으로 승격, 인력을 늘리고 예산을 증액했다. 데이터3법은 정부가 강하게 밀어부쳤지만 지난 1년간 지지부진하다 막판에 극적 통과했다.
한 중소 데이터기업 대표는 “데이터청 신설 등 데이터 산업에 정부와 정치권까지 관심갖고 지원하려는 모습은 좋은 현상”이라면서도 “데이터청의 실질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정략적 차원에서 추진하면 타 부처와 업무, 규제 중복 등으로 결국 산업계만 더 힘들어질 수 있는만큼 신중하게 논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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