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목표는 현실성이 없습니다. 경제적으로 무리가 되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보다 기술 투자에 초점을 맞추는 등 정책 속도조절이 필요합니다.”
배충식 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KAIST 교수)은 친환경차 보급을 인위적으로 촉진하는 정책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경제, 기술, 환경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배 부회장은 “2030년까지 친환경차 비중을 30%로 늘린다는 우리나라 계획은 중국 못지 않다”며 “이상적 시나리오지만 아직까지 전기차가 수익모델이 되지 못했기에 목표 달성은 요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 부회장은 국가가 친환경차 보급을 위해 예산을 지속 투입하면 재정적 부담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그는 “세수 감소를 고려할 때 보조금 지급, 인프라 투자 등을 계속 감당하긴 어렵다”며 “현실성 없는 목표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환경 기술 개발 투자를 지속하면 온실가스 저감 등 친환경차 보급을 통해 이루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혁신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가 친환경차 보급보다 우선이라는 게 핵심이다.
또 친환경차 기술뿐 아니라 내연기관 기술 개발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국 예상보다 내연기관이 친환경차와 오랜 기간 공존할 것 같다는 분석 때문이다.
배 부회장은 “초고효율 내연기관 개발이 친환경차 개발보다 비용 효율적”이라며 “개발비는 내연기관보다 하이브리드가 2배, 배터리 전기차가 4배 더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소차는 공개된 데이터가 없지만 격차가 더 크다”고 덧붙였다.
경영 위기인 쌍용자동차에 대해서는 친환경차를 개발하면서 내연기관 기술 개발도 소홀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투자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기술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정상급이라고 평가했다. 아직 일부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혁신 기술 개발을 위한 인력 경쟁력을 갖췄다고 진단했다.
배 부회장은 정부가 국내 완성차를 측면 지원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학교, 연구소 등에서 자동차 관련 혁신 기술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공공부문 투자를 늘리는 것도 여러 방안 중 하나라고 제안했다.
유럽 방식의 환경 규제 강화는 경계했다. 인위적 방식으로 기업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수출을 위해서라도 기업이 자체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권고했다.
배 부회장은 “코로나19로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친환경차 관련 정책을 점검하고 조정해야 할 시기가 앞당겨졌다”며 “완성차, 부품사 등 자동차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한국형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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