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재 벤처기업이 의미 있는 폴리이미드(PI) 공급 사례를 만들어 주목된다. PI는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분류되는 고기능 첨단 소재다.
아이피아이테크(대표 이태석)는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 PI를 적용하는데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회사는 PI 필름과 코팅재, 용액 등 PI 응용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패키징 공정은 회로 형성이 끝난 반도체를 기기에 탑재하기 적합한 형태로 포장하는 작업을 뜻한다. 고온에서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고내열성을 갖춘 PI 필름이 공정 중에 사용된다.
이 패키징용 PI는 그동안 일본 업체들이 주도했다. 히타치, 토모에가와 등이 주도하는 시장에 아이피아이테크가 진입했다. 아이피아이테크는 지난해 첫 수출을 시작한 데 이어 올해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반도체 패키징 업체 등 고객사가 4곳으로 늘었다.
회사는 또 디자인이 자유로운 필름 히터를 상용화했다. 전원을 넣으면 열이 발생하는 히터를 PI 기반(PI에 전극 패턴 구현)으로 만들었다. 소형 기기에 사용되던 딱딱한 세라믹계 가열판 히터를 대체했다. 필름 히터는 접거나 종이처럼 둘둘 말 수 있어 다양한 폼팩터를 구현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아이피아이테크는 2015년 설립됐다. 일리노이주립대 연구교수와 미국 벤처기업 대표를 역임한 이태석 대표와 대기업 출신 연구인력이 주축이 돼 독자 PI 기술을 개발했다. PI는 미항공우주국(NASA)이 항공우주용으로 처음 개발한 소재다. 아이피아이테크는 자체 기술 확보로 강소 기업으로 주목받아 지난 4월 삼성벤처투자와 포스코기술투자 등으로부터 6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받기도 했다.
아이피아이테크는 이차전지로 영토를 확장할 계획이다. 회사는 최근 포스코그룹 산하 포항산업과학연구원(원장 유성) 재료공정연구소와 협력해 PI계 전극 바인더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양극재 전극 바인더(PVdF계 소재)는 일본이 주도하고 있는데, 안정성과 내구성이 높은 PI계 제품으로 도전할 방침이다. 포스코는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이라는 경영 방침의 일환으로 중소 벤처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태석 아이피아이테크 대표는 “확보한 투자금으로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는 물론 전기차 분야에서도 대규모 수요가 예상되는 PI 제품의 국산화와 다변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