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포스트 코로나, '뉴노멀'을 시험하다

[기고]포스트 코로나, '뉴노멀'을 시험하다

마스크 쓴 생활이 일상화되고 혼자 먹는 식사가 익숙해지는 세상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적응해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다. 주 5일 출퇴근하고 한 달에 몇 번 회식하던 모습은 종적을 감췄다. 남 얘기 같던 재택근무와 영상회의가 부지불식간 우리 곁으로 스며들었다.

정보기술(IT) 기업 NHN은 평소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원격 근무를 경험한 직원이 많아서 재택근무 시스템 도입에 따른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그럼에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우선 익숙한 기업문화와 일하는 환경을 조금씩 변화시켜 보기로 했다.

NHN은 매년 5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사옥으로 임직원 가족과 친구들을 초청한다. 최초 일회성 이벤트로 기획한 행사가 계속 진행됐고, 가족까지 생각하는 우리 조직문화로 자리 잡았다.

올해 5월에는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 회사에 가족과 친구를 초대하던 행사는 '방구석 위패밀리' '방구석 위프랜즈'라는 이름으로 장소와 성격을 회사에서 가정으로 옮겼다. 항상 해 오던 행사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도록 다양한 물품을 가정으로 배달했다. 이 시기에 가장 적합한 각자의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위패밀리에 참여해 매년 찍던 가족사진은 휴대형 셀피 삼각대, 자녀를 위한 다양한 클래스는 유기농 비누 만들기와 보드게임 등으로 각각 대체했다. 친구와 함께하던 위프렌즈는 홈트레이닝 키트와 가죽 명함 케이스 제작 키트로의 변화를 시도했다. 직원들로부터 기분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승진자 교육은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을 활용한 온라인 강의로 전환했다. 양방향 라이브 교육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처음 해보는 교육 형태가 관심을 끌었다. 소극적인 모습은 사라지고 실시간 댓글로 질문과 답변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모습을 확인했다. 직원 가운데 한 명을 방송에 참여시켜 실제 사례를 다룸으로써 더욱 친근감을 느끼는 한편 참여하고 싶은 교육으로 만들었다.

장기간 재택근무로 지쳐 있을 직원들을 위한 회식은 온라인을 통해 발전해 나갔다. 조직 운영비는 조직장 선택에 따라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에게 간식 배달이나 커피 쿠폰 등으로 전달됐다. 또 '두레이' 영상회의 기능을 이용해 랜선 회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해 주는 역할을 했다.

이제는 새로운 근무 형태를 시험하기로 했다. 주 1회 자발적 리모트워크 시행이다. 매주 수요일을 '(마이)수요오피스'라는 이름으로 근무 공간을 직원 자신이 디자인할 수 있는 자발적 근무를 시작할 계획이다.

비상상황 아래에서 제도와 일상 제도 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 앞으로 우리는 수요일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내 업무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등 더 힘들고 어려운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인사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는 것은 당연하다. 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하느라 도입을 꺼렸을 제도와 운영 방법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기존의 방법들을 자극하고 있는 형국이다.

직원들은 시간과 공간 자율권이 커지면서 스스로 업무 관리를 디자인해야 하고, 그 과정에 대한 책임 또한 더 무거워지게 될 것이다. 회사는 결과와 함께 과정이 얼마나 충실했는지 판단해야 하니 평가 방법도 인정 방법도 재정리돼야 한다.

지금까지는 회사가 정한 기준의 비중이 컸다면 앞으로는 직원 스스로가 정할 수 있는 기준이 더 많아지게 될 것 같다. 확장해 생각하면 기준을 지키고 관리하도록 이끄는 리더 역할이 더 커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준비할 것이 많지만 환경 변화에 대비한 꼭 필요한 변화다. 다음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노력과 고민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뉴노멀'을 만들어 가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승찬 NHN 인사총무지원실 이사 sc1107@nh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