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극자외선(EUV) 솔루션 업체 이솔이 차세대 EUV 마스크용 측정장비 개발에 나선다. 차세대 EUV 마스크 완성도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는 그동안 없었다. 이 회사는 자사 특허 기술로 장비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이솔은 차세대 EUV 마스크인 '위상 변위 마스크(PSM)' 성능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장비를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에는 빛으로 웨이퍼 위에 회로 모양을 찍어내는 '노광' 공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노광 공정에는 '마스크'라는 부품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빛이 회로 모양을 머금고 웨이퍼에 도달하기 위해 회로 모양이 크게 새겨진 마스크를 거치는 방식이다.
초미세 노광 공정인 EUV 공정에 활용되는 마스크 구조는 기존과 다르다. EUV 빛이 모든 물질에 흡수되는 성질이 있어 '반사식' 마스크가 필요하다. 반사식 마스크는 빛을 반사시켜 회로 모양을 만드는 부분과 빛을 흡수해 어두운 공간을 만드는 흡수체로 나뉜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EUV용 마스크로는 5㎚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 회로를 정확하게 찍어낼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회로 간 폭이 좁아질수록, 반사된 빛의 간섭이 심해져 정확한 회로 모양을 찍어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위상 변위 마스크(PSM)다. PSM은 인접한 회로 모양을 만드는 빛에 위상의 차이를 발생시키는 물질로 만들어진다. 기존 마스크는 EUV 빛을 100% 흡수하거나 반사했지만, PSM은 회로에 도달하는 빛에 각기 다른 위상 차를 주면서 미세한 회로에서도 명확한 명암비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
PSM 상용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인텔과 ASML 등 글로벌 반도체 관련 업체들도 PSM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국내서는 안진호 한양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나 위상차를 주면서 지속성을 가지는 물질을 발명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인 것으로 알려진다. 게다가 PSM이 만든 위상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가 없어 PSM의 가능성만 확인했을 뿐 성능을 정량화·수치화할 수 있는 수단은 부족했다.
이솔은 PSM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장비 개발을 세계서 처음 시도한다. 이 회사는 19세기 과학자 토머스 영이 빛의 파동을 증명한 '이중 슬릿' 실험 원리를 응용, PSM 성능을 측정할 수 있는 특허 기술을 확보했다. 두 개의 직사각형 구멍이 뚫린 금속을 통과한 회절된 빛을 PSM에 반사시켜서, 위상값을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동근 이솔 부사장은 “시제품 장비로 PSM의 위상값을 측정한 결과 0.2도의 오차범위를 보였다”며 “이론 기반 예측으로만 머물렀던 위상값을 처음으로 정량화한 사례”라고 밝혔다.
이솔은 이 실험결과를 세계 EUV 석학들이 참석하는 EUV리소학회 워크샵에서 발표해 호평을 받았다.
김병국 대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장비로 차세대 마스크 상용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솔은 차세대 마스크 개발용 장비 외에도 EUV 마스크의 결함을 측정하는 리뷰 장비 SREM(스렘), EUV 포토레지스트 측정 장비인 EMiLE(에밀레) 등 다양한 EUV 장비 솔루션을 개발, 상용화하고 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