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빼다 쓸 수 있는 전력망연결(V2G)형 전기차를 올 하반기부터 출시한다.
V2G를 탑재하면 가정이나 건물·빌딩 등 시설에 전기를 공급해 최대 전력 사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정전 예방이나 전력 재판매까지 가능하다. 자동차가 일종의 움직이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역할을 하는 셈이다. V2G는 전력망이 안정적인 우리나라보다 해외 국가에서 더 필요하기 때문에 해외 시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생산하는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과 '아이오닉 일렉트릭'에 V2G 트림을 추가한다. 전기차에 V2G 기술을 장착한 건 닛산 '리프'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그러나 닛산은 승용 전기차 모델이 1종에 불과하다. 반면에 현대차는 내년까지 최대 5종에 V2G를 적용, 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현대차는 애초 내년 출시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차량 'NE'부터 V2G를 적용하려 했다. 그러나 이를 기존 전기차 모델에도 적용, 출시하기로 했다.
V2G는 주차 중 유휴 전력을 이용하는 형태로 전력망을 통해 전기차를 충전하고 남은 전기를 다시 가정이나 빌딩 등 전력망에 송전(방전)할 수 있다.
전기차 1대에 저장된 전기 약 60㎾h는 5가구(4인 기준)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 양이다. V2G 차량이 약 10만대 보급될 경우 화력발전소 1기의 발전 용량에 준하는 500MW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특히 V2G를 이용하면 전력 재판매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전기요금이 가장 저렴한 밤·새벽 시간에 충전한 후 전기요금이 가장 비싼 여름·겨울철 낮에 되팔면 최소 3배의 판매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현대차가 이번에 완성한 V2G 기술은 미국 표준 규격에 따라 최대 10㎾ 충·방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차량탑재충전기(OBC)를 개선해 직류와 교류를 양방향으로 변환하고, 전압과 전력 주파수 등을 전력망과 동기화하기 위해 'AC(교류)↔DC(직류) 컨버터' '승압·강압 컨버터' 등 양방향 전력제어 회로를 적용했다. 또 V2G 전용 충전케이블에는 성인 주먹 만한 크기의 양방향 계량기를 장착, 충·방전에 따른 안정적 검침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V2G 전기차를 4~5대만 활용해도 대형 빌딩의 전기를 충족시킬 수 있고, 낮의 전력 피크 때 작동하는 야외 공사 설비 등에 적용하면 엄청난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서 “V2G는 전력 수급이 불안정하거나 전기요금이 5~9배 이상 차이 나는 유럽·일본 등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V2G 기능이 장착된 전기차 출시가 예정돼 있지만 현재 판매하는 차량에 대해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는지 여부 공개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닛산 '리프'를 V2G로 활용한 차량 고객은 현재 6000~7000명으로, 대부분이 일본 내 고객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